세계 누적 확진자 3위 국가인데도 전자검역만 시행
사전 신고 안 한 러시아 선박, 검역법 위반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 대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승선검역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부산항 감천부두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아이스 스트림호에 대한 검역과정에서 총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 |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사진=질병관리본부] |
검역조사 과정에서 유증상자 3명이 있어 선박 선원 전원인 21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 총 16명의 감염자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도선사와 세관, 출입국관리, 검역, 통역, 해운대리점, 하역작업자, 미확진 선박 선원 등 총 176명이 접촉자로 분류됐다.
문제는 러시아 선박이 위험국을 대상으로 한 승선검역 대상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승선검역 대상이 아닌 국가 선박에 대해서는 전자검역으로 대신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승선검역 대상 국가는 중국, 이란, 이탈리아 등으로 러시아는 이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전자검역 대상이었던 러시아 선박은 전자시스템을 통해 검역 양식을 제출해 부산항에 입항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승선검역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이날 현재 코로나19 누적환자 59만1465명으로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환자가 많은 국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러시아는 승선검역 대상국가로 분류되지 않고, 서류제출만으로 갈음하는 전자검역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늦게나마 정부는 향후 러시아에 대해서도 승선검역을 통해 코로나19의 해외유입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러시아는 승선검역을 하는 대상국이 아니었고, 전자검역을 실시했다"며 "러시아 역시 승선검역을 통해 검역하는 쪽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선박에서 유증상자 3명이 발생했음에도 사전에 신고를 안 한 것 역시 방역체계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유증상자가 있음에도 자진신고가 없이 입항할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선박에 유증상자가 있을 경우 검역법에 따라 검역소에 신고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권 부본부장은 "러시아 선박에서 하선한 사람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나왔는데, 통상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입항하는 국가로 알려주는데 이번에는 통보가 없었다"며 "제대로 신고가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검역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선박에 대해 승선검역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력 부족 문제를 토로했다.
권 부본부장은 "전자검역이 필요한 이유는 일선 검역소의 인력 부족 문제 때문"이라며 "전반적인 방역 인력이 확충된다면 방역검역 역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