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에 위구르 수용소 건설 계속하라'고 말해"
"트럼프, '핀란드 러시아 일부냐, 英 핵무기 가졌냐' 물어"
"폼페이오,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에 '헛소리꾼' 험담"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내막을 폭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이 언론을 통해 하나씩 공개되면서 미국 정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될 예정으로, 분량은 약 600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내려다 보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17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회고록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2020년 재선 도움을 요청한 것에서부터, 시 주석에게 위구르족 수용소 건설을 계속 추진하라고 발언한 것,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에게 '영국이 핵 보유국이냐'고 물은 것까지 등 대통령으로서의 충격적인 언행과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 "시진핑에 '민주당이 중국에 반감 가져'"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작년 미중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미중 정상회담을 했을 때 시 주석에게 2020년 대선에서 "승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면서 재선을 위해 미국 농산물을 대량 구매할 것을 압박했다고 했다.
또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미국 내 반(反)중국 세력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민주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는, "민주당은 중국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볼턴은 적었다.
◆ "시진핑에 '위구르 수용소 건설 계속해라""
볼턴은 시 주석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건설하고 있는 위구르족 대상 수용 시설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캠프(수용 시설) 건설을 계속 추진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 위구르족들이 수용 시설에 부당하게 감금돼 있다고 비판하며, 중국 정부에 관련 시설의 해체를 요구해왔다. 볼턴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의 주장을 한 셈이 된다.
◆ "에르도안에 '터키 기업 수사 내가 대응'"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고압적 성향을 가진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사법적으로 위험해보이는 발언을 한 내용도 담겼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볼턴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터키 기업들은 무고하다는 메모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자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이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검사들에 대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며, 내 편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등 사법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 "푸틴이 마두로 지지 요청하자 수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같은 존재라고 주장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볼턴은 썼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에게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는 등 그와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 "핀란드 러시아 일부냐, 英 핵무기 가졌냐 물어"
회고록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도 나왔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가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메이 전 영국 총리와의 대화에서 영국은 핵보유국이라는 언급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끊고는, '영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볼턴은 "그것은 농담 삼아 물은 게 아니었다"고 했다.
◆ "폼페이오, 트럼프에 '완전 헛소리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막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볼턴은 전했다.
볼턴은 폼페이오 장관이 2018년 싱가포르 6·12 북미 정상회담 당시 자신에게 쪽지를 슬쩍 건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완전 헛소리투성이다(He is so full of shit)"고 험담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한 달 뒤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성공 확률은 '제로'(0)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폼페이오, 트럼프의 대화 방식 천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방식을 천시했다고 전했다.
WP는 회고록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한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마친 뒤 폼페이오와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방식에 대한 멸시감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 트럼프 "볼턴 법 어겼다...가망이 없는 사람"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인 17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간단히 말해 그는 법을 어겼다"며, "이건 극비사항"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볼턴을 백악관 NSC 보좌관으로 임명했을 당시 그는 '가망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16일 트럼프 행정부는 회고록에 기밀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법무부와 법무장관실 명의로 회고록 출간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29 bernard020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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