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공동성명 주도에 중국 "중대한 우려" 반발
지난달에는 미국의 공동성명 참여 요청 거부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홍콩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중국 비판 공동성명 참여 요청은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먼저 주요 7개국(G7)에서 홍콩 문제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성명 발표를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베 총리는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G7의 우려와 염려를 담은 공동성명 발표를 주도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G7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모여 세계를 선도해 나가는 것에 큰 의의를 갖는다"며 "일본은 G7에서 홍콩의 '일국양제' 유지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주도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베 총리의 발언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측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완전히 중국의 내정 문제이며, 어떠한 외국도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본은 앞서 미국이 주도하는 홍콩 보안법 비판 공동성명 참여를 거부한 바 있다. 지난달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는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공동성명에 일본도 참여할 것을 타진했지만, 일본 정부는 동참을 거부했다.
결국 공동성명은 일본이 참여하지 않은 채 미국 등 4개국 명의로 발표됐다.
[베이징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4 goldendog@newspim.com |
당시 일본 정부가 공동성명 참여를 거부한 것은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을 배려한 결정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올 봄 예정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되면서 방일을 재추진하기 위해 중국과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교토통신은 "이러한 가운데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는 공동성명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랬던 아베 총리가 공동성명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외다. 이번에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7일 교도통신은 일본의 공동성명 거부 소식을 전하면서 "이러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미국 등 관련국 사이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홍콩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자칫 중국에 치우친 듯 보일 수 있는 일본의 대응은 구미 국가들과의 균열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일본이 얼마나 민감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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