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한국당과 합당 마무리...개헌 저지선 수준
박근혜 탄핵 등 고비 못 넘기며 의석수 계속 감소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153→152→122→103.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의 18~21대 개원 시점 의석수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2명의 대통령을 연속으로 배출하며 과반 의석은 당연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바닥이 어디냐'라는 혹평이 일상적이 됐다.
최근 4년 새 20대 총선,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선거 4연패(敗)를 이어가며 패배가 습관이 돼고 있다. 당연히 의석수는 계속 감소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간신히 넘긴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왼쪽)과 유승민 의원 / 이형석 기자 leehs@ |
2008년 4월 18대 총선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치러지며 MB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시 한나라당은 지역구 131석, 비례 22석으로 153석을 차지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한 통합민주당은 지역구 66석, 비례 15석, 총 81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7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대거 입성했던 '탄돌이'들이 함께 몰락했다.
한나라당 153석 외에 범보수 정당도 선전했다. 심대평 전 충남지사와 이회창 전 총리 등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이 18석(14+4), 친이(친이명박)계에 의해 공천 학살을 당한 친박(친박근혜)가 대거 탈당하며 창당한 친박연대도 14석(6+8)을 얻어 범보수 정당이 185석을 얻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은 대선과 같은 해 치러졌던 선거였다. MB정부가 말기 레임덕에 빠지며 정가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보수 정당에는 차기 대선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다.
차기 권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도 152석으로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내홍을 수습한 민주통합당도 127석을 확보하며 양당제 체제가 굳어졌다.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은 보수 정당의 몰락이 본격 시작된 시점이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은 그 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180석을 얻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180석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이전 총선인 17, 18, 19대에서 모두 원내 1당이 과반을 조금 넘긴 150여석을 얻었던 상황에서 180석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시작하며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공천 살생부를 내려보냈던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은 시작됐다. 김무성 대표가 '옥새들고 나르샤'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며 당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등 공천 잡음이 심각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180석은 커녕 122석으로 '문재인'이라는 차기 대선 주자가 든든이 자리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에 1석 밀리며 총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국회의장을 민주당에 뺏기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 중요 사안마다 아무런 견제를 하지 못한 채 20대 국회를 보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며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전격 영입한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승리를 자신하는 정당의 오만함을 유권자들이 철저하게 심판했던 총선이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좌)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우). 2020.04.11 pangbin@newspim.com |
20대 국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이슈가 터지며 소용돌이쳤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새누리당은 탄핵 찬반을 두고 갈리며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탈당했다. 19대 대선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패배한 자유한국당은 여러차례의 비대위를 거치며 우여곡절 속 황교안 대표 체제로 다시 통합해 총선에 나섰다.
그러나 공천 잡음은 여전했고, 선거 직전 차명진 전 후보의 막말 파문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103석이라는 개헌저지선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범여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 전용 위성정당까지 만들어 대응한 결과다. 지역구 84석에 비례 19석으로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게 몰살급 패배를 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28일 공식 합당 과정을 마무리했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은 단순 과반이 아닌 절대 과반의 시대라며 원 구성 협상은 없다고 연일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연찬회에서 "18대 국회 상임위원장직 모두를 가져오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비대위 출범도 제대로 하지 못해 한달여 지도부 공백기 끝에 김종인 비대위를 꾸린 통합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지형에서 여당을 상대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추인 후 첫 일성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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