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통해 개인정보 유출방지 우려 덜어
무료 검사·강력 처벌 방침 등 복합적 원인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익명검사를 실시하며 효과를 보고 있지만, 실제 검사자 증가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진단검사 수가 3만건을 넘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워크스루 방식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있다. 2020.05.14 yooksa@newspim.com |
특히 용산구 이태원 클럽 방문과 관련해 서울시의 검사건수도 대폭 증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익명검사 시행 후 기존 검사자수보다 검사건수가 8배가 늘었다.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되기 전 서울시의 선별진료소를 통한 하루 검사건수는 1000여건이었는데, 지난 11일 익명검사를 실시한 이후 지난 12일에는 8000건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검사건수의 증가 원인을 익명검사 시행 때문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익명성 보장은 물론 이태원 방문자에 대한 전원 무료검사, 검사 미이행 시 처벌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이다.
◆ 익명보장·무료검사·허위진술 처벌 등 복합적 요인
익명검사는 지난 11일 서울시에서 처음 시행돼 13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일반적인 검사의 경우 여행력이나 특정지역 방문 여부를 확인하고 신분증과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본인확인 후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체크한다.
익명검사의 경우 여기서 신분확인이라는 절차가 제외된다. 이태원 클럽 방문으로 인한 사회적인 비난과 성소수자 혐오 및 아웃팅 방지를 위해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성소수자 아웃팅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한 언론사는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 보도에 '게이클럽'과 확진자의 직업 및 근무지역, 연령 등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번호를 제외한 개인정보를 게재하지 않고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익명검사는 이태원 방문자들로 하여금 아웃팅에 대한 우려를 덜어줬고, 검사자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14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입구에 입장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2020.05.14 yooksa@newspim.com |
이태원 방문자에 한해 무료 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도 검사자수가 증가한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코로나19 의심환자는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의심증상이 없는 환자는 검사비 16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6일 사이 이태원 방문자에 대해서는 전원 무료 검사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비용 부담이 사라졌다. 다만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방문하지 않은 것처럼 속여 무료검사를 받았다 적발될 경우 감염병 예방법에 의해 처벌 받는다.
익명을 보장한 무료검사에 더해 허위진술이나 이태원 방문 사실을 은폐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실제로 인천의 학원강사 A씨는 정부 조사에서 자신의 신상정보와 동선을 허위진술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학원에서 강의해 다수의 감염자 발생으로 이어졌다. A씨는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사 기지국 접속과 향후 역학조사에서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자발적인 검사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익명검사와 함께 개인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확진자 동선이 과도하게 공개되지 않도록 지침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특정장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된 경우 위험장소 공지와 개별 환자의 동선공개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 개별환자 동선에서 특정장소 식별이 안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태원 A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A클럽의 상호는 공개되지만, 확진자의 경우 A클럽을 방문했어도 '이태원 유흥시설 방문'으로 표기된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전국의 선별진료소에서 이태원 집단감염 검사가 3만건 이뤄졌다"며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익명검사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니 망설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보건소나 1339로 연락해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가 익명검사를 실시한 이후 검사자수가 대폭 증가해 기존보다 8배가 달하는 검사자가 몰리고 있다"며 "익명검사가 자발적 검사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공동체를 생각하는 시민참여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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