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시티뱅크·BNP파리바와 거래 금지
투자자 "금융위기 덮고 리라 방어 위한 것"
기준금리 인상 기대도 적어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7일(현지시간) 장중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터키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터키의 외환보유액 부족 가능성을 의심해 리라화를 팔아치웠다.
미 달러화와 터키 리라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5.08 mj72284@newspim.com |
금융시장에 따르면 달러/리라 환율이 이날 장중 7.2685리라를 기록해 리라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터키가 코로나19로 야기된 경제 위기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로 리라화를 매도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타타 고세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상황을 리라화에 대한 '퍼펙트 스톰'이라고 묘사했다.
고세 애널리스트는 "터키 정치인들이 소용 있는 정책 대응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리라화는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며 터키의 순외환보유액이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250억 달러로 급격히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당국이 리라화 가치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것으로 본다. 여기에 터키는 올해 1700억 달러의 외채 부담을 안고 있다.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타격에서 터키 경제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리라화를 추락시켰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또 터키에 충분한 외환보유액이 있다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과 유동성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스와프 라인을 논의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터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야 절실히 필요한 달러화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전날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의 한 고위 인사는 스와프라인이 미국과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한 나라와 높은 신용 등급을 갖춘 나라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당국 개입에도 투자자 불안 지속, 금리 인상도 난망
결국 이날 터키 은행 당국은 개입에 나섰다. 당국은 BNP파리바와 씨티뱅크, UBS가 리라 채무를 시한까지 상환하지 못했다며 이들 은행과의 외환 거래를 금지했다.
앞서 터키 당국은 '금융시장 거래를 조작하고 오도하는 거래'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시장 등락과 적은 거래량 속에서 통화 스와프나 신용 디폴트 스와프를 이용하거나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금융시장에 전파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려는 거래가 포함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터키가 금융위기 우려를 덮고 리라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이 같은 조처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탄불 소재 빌기대의 야만 아크데니즈교수는 "짧게 말해서 그들은 은행과 언론 등 금융시장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에게 터키에서 진행 중인 금융위기에 관해 이야기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터키 당국의 설명이 의도적으로 모호했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 GAM의 폴 맥나머러 투자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같은 움직임은 이제 터키가 리라화 약세를 막기 위한 노력으로 자본통제에 의존할 것이라는 의심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로 볼 때 리라 가치 방어를 위해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적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한 무라트 체틴카야 전 터키중앙은행 총재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하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를 해임해 버렸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티머시 애시 애널리스트는 "지금처럼 리라 방어를 위해 경제가 금리 인상을 해야 할 때 리라화에 변화를 주기 위해 터키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거나 올리더라도 느릴 것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겪는다고 해도 터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터키인들은 IMF에 대한 큰 불신을 드러냈다. 알바이라크 장관도 IMF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