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은 1930~1945년 경제·금융 위기와 유사해
코로나19가 방아쇠 당겼지만 전부터 경기는 불안정
채무 많고 통화가치 불안정한 신흥국은 위기 직면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 회장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지정학적 힘의 균형이 무너져 세계 질서가 크게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 질서 재편에서 주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패권이 한층 강해질 거라고 내다봤다.
달리오 회장은 자신이 펀드 운용에 활용하는 '스트레스테스트 시스템'과 관련해선, 과거 팬데믹 사례를 데이터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점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브리지워터는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에 큰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달리오 회장은 앞으로 팬데믹과 홍수 등 자연재해를 데이터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리오 회장의 독점 인터뷰를 게재했다. 그는 현재 경제 침체에 대해,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긴 건 맞지만 이미 경기는 불안정한 상태였다"며 "미국 같이 채무 수준이 높고 빈부격차가 큰 나라에선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위기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1930~1945년 경제·금융 위기와 닮아있다"고 주장했다.
달리오 회장은 "중앙은행이나 정부는 자산매입을 위해 새롭게 찍어난 돈과 신용으로 소득과 대차대조표에 비어있는 구멍을 메우는데 필사적이지만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저축하지 않는 상황에선 어느새 파산에 직면하게 된다"며 "과처 위기처럼 지정학적 힘의 균형이 무너져 세계 질서가 크게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부와 권력을 둘러싸고 국가 간 대립은 물론 국가 내에서도 대립이 격화될 것이라며 "1945년 이후 전세계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부의 재분배와 관련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극단의 대립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달리오 회장은 미국의 패권에 대해선 "신흥국이 달러로 채무를 변제하고 달러로 물건을 구입하는 한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달러표시 채무 불이행으로 채무가 탕감된다거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달러 발행 증가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면 미국의 국력도 저하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대영제국과 네덜란드의 쇠퇴도 채무 확대와 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중국의 부상을 전망했다. 달리오 회장은 "미국에 이어 패권을 쥐는 건 중국"이라며 "공급망과 기술 진화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세계질서 재편이 일어나는 가운데 중국이 주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달리오 회장은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우선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달리오 회장은 지난 2008년 리먼쇼크 당시 투자 수익을 내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그가 펀드 운용에 활용하는 '스트레스테스트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달리오 회장은 스트레스테스트 시스템에 대해 "역사상 일어났던 금융위기는 같은 이유로 반복되고 일어나고 있다"며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일어났던 큰 사건들을 시스템에 입력해 내가 구축해온 투자 원리에 어떻게 반응할지 분석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리지워터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는 해당 시스템에 1918년 스페인 독감같은 과거 팬데믹 사례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크게 후회한다"고 했다.
달리오 회장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팬데믹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스페인독감이 일어났을 때는 마침 세계 1차 대전 직후 경제 악화와 겹쳤을 때라 스페인독감이 경제에 미친 타격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팬데믹을 스트레스테스트 요소로 추가할 방침이다. 달리오 회장은 "팬데믹 뿐만 아니라 가뭄과 홍수를 비롯한 기후변화, 경제와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연재해도 추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각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서고 있지만 소득 감소를 메꾸기 위해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에 따라 대책에 큰 차이가 있다"며 "채무 수준이 높고 자국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신흥국은 신용위기와 인플레이션 가속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리오 회장은 이어 "엔화라는 국제결제통화를 가진 일본같은 나라는 국제적인 구매력을 갖고있기 때문에 일본은행(BOJ)의 정책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