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델타항공 주식 979억원 어치 순매수
전문가들 "항공업 불황 장기화 가능성...투자 유의해야"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의 귀재'로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손절매한 미국 항공주에 대한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고 있어 관심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7976만달러(약 979억원) 규모의 미국 델타항공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4월 해외주식 순매수 결제금액 기준 6위에 해당한다. 지난 3월의 3184만달러(11위)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유나이티드항공의 지주사 유나이티드 컨티넨탈에 대한 순매수 금액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지난달 보잉 주식 5898만달러(11위),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주식 1080만달러(47위)를 사들였다. 지난 3월 보잉과 유나이티드 컨티넬탈 순매수 금액은 각각 5025만달러, 514만달러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투자자들이 미 항공주들 가운데서도 델타항공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델타항공은 올 2월까지만 해도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델타항공 순매수 금액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델타항공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선 때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델타항공 주식 97만6000주를 총 4530만달러에 추가 매수했다. 평균 단가는 주당 46.40달러였다. 이로 인해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델타항공 지분율은 11.2%(7190만주)까지 확대됐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을 늘린 당일 델타항공의 종가는 48.19달러로 연초(1월 2일) 대비 18.4% 떨어진 상황이었다.
버핏 회장은 3월 중순까지도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주를 안 팔겠다"며 장기투자 계획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 항공주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결국 지난달 1~2일 양일간 델타항공 주식 1300만주를 주당 평균 24.19달러에 처분했다. 매도 금액은 3억1400만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사우스웨스트 항공 주식 230만주도 총 7400만달러에 매도했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버핏 마저 손절한 미국 항공주에 대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연초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역발상의 관점에서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초 주당 60달러 안팍에서 거래되던 델타항공의 주가는 지난 1일 전장 대비 6.91% 하락한 24.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59.1% 폭락한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도 올해 들어 각각 70%, 63% 내려앉았으며, 보잉도 연초 대비 60% 빠졌다.
아울러 미 정부의 항공사 지원책으로 향후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항공주 매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자국의 10개 항공사에 대해 250억달러 규모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항공업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항공주 저가매수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비행기표 판매금액이 3140억달러 감소해 지난해의 4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항공업계 및 유관 산업 종사자 2500만명이 실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항공업종에 대한 저점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항공업황이 빠른 시일 내 정상화된다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업계의 회복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지난 2일 진행된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4대 항공주를 지난달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항공주에 대한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바이러스 확산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