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키맨' 이종필·김봉현 구속...검찰 수사 탄력
운용사-금융기관 공모한 '희대 금융사기' 전말 드러나나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약 1조6000억원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라임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희대의 금융사기'로 일컬어지는 라임 사태와 800억원에 이르는 코스닥 상장사 리드 횡령 사건을 비롯해 라임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권력 개입, 정·관계 로비 등 각종 의혹이 밝혀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 이종필·김봉현 구속...잠적한 '회장 3인방' 쫓는 검찰
27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 한웅희 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원=뉴스핌] 이형석 기자 =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0.04.26 leehs@newspim.com |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와 별개로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 전 회장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스타모빌리티 자금 571억원을 빼돌리고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를 통해 6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는 김 전 회장은 라임 전주로 라임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도피하다 체포된 이 전 부사장은 지난 25일 구속됐다. 그는 라임 펀드를 기획하고 설계한 인물로 라임 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임 사태 '키맨'으로 일컬어지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특히 라임 사태에 연루되자 잠적해 행방이 묘연한 '회장 3인방'에 대한 신병 확보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라임 자금 500억원이 투자된 리드의 횡령 사건에 가담했다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이 전 부사장과 함께 도주한 김모 리드 회장은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라임 자금 수천억원이 투자된 부동산 시행사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모 메트로폴리탄 회장, 라임 자금이 투자된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실소유주 이모 회장도 추적을 피해 도주 중이다.
◆ '희대 금융사기' 전말 드러나나
'라임 사태'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이 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금융기관도 이 사실을 알면서 라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펀드 판매를 주도했다. 이들은 신규 투자금액으로 환매를 돌려막는 일명 '폰지사기'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고, 4000여명이 피해를 봤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인 라임과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융기관 사이에 공모 관계가 있었는지 여부가 이번 라임 사태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부실 여부를 설명하지 않은 채 펀드를 판매한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 라임과 금융기관이 적극 공모한 '판매사기'라는 것이다.
라임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라임 사건은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사건이 아니라 판매사가 개입한 희대의 금융 사기사건"이라며 "이상하게도 라임 펀드는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팔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로비해 뒷돈을 챙겨주고, 의사는 그 회사 약만 처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것처럼 (금융기관이) '라임 사과'만 판매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썩은 사과(라임 펀드)를 대량 납품하는 업자로부터 이를 팔아준 대가로 뒷돈까지 받아 챙겼다면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 정·관계 로비와 권력 개입 의혹 밝혀질까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로 라임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정·관계 로비, 이에 따른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피해자에게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명함을 보여주며 "라임, 이 분이 다 막았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김 전 회장이 라임을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법원 로고. [뉴스핌 DB] |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49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라임 사태 조사와 관련한 금감원 내부 정보를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고,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의혹도 있다.
이 전 부사장 구속으로 리드의 횡령 사건에 대한 전말도 새롭게 밝혀질 것인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리드 자금 82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은 박모 전 리드 부회장은 '이 전 부사장 의도대로 리드가 운영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자신은 거액의 라임 자금을 제공한 이 전 부사장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다.
검찰은 이밖에도 라임 자금이 투입된 다수 상장사의 주가 조작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