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재' 예상 깨고 매출·영업익 '동반성장'
화장품 영업익 -10%...영업이익률 2017년 회귀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LG생활건강이 '코로나 악재'에 따른 실적 부진 예상을 깨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마스크 등 위생용품과 탄산음료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덕이다.
다만 이익기여도 80%를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부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럭셔리 화장품 매출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게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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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 영업이익률 추이. 2020.04.23 hrgu90@newspim.com |
◆증권가 컨센서스 무색...'삼각 포트폴리오' 빛났다
23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8964억원, 영업이익 3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342억원으로 3.7% 성장했다.
이번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발 화장품 실적 악화가 강하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 컨센서스(추정 전망치)는 매출 1조8086억원, 영업이익 255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53%, 20.78% 줄어든 수준이었다.
실적 선방은 '삼각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부의 매출이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크게 늘어난 것.
생활용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성장한 4793억원, 영업이익은 50.7% 성장한 653억원을 달성했다. 방역 마스크 등 위생용품의 수요가 온라인 및 소형 슈퍼 중심으로 증가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 니즈 및 유통 변화에 즉각 대응한 핸드 새니타이저 겔, 핸드워시, 물티슈, 한장 행주 등 다양한 항균 위생용품의 출시로 높은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음료 사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성장한 3505억원, 영업이익은 43.9% 성장한 46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온라인 등의 채널에서 탄산음료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탄산음료는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등의 성장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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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주력 브랜드의 1분기 매출 변화. 2020.04.23 hrgu90@newspim.com |
◆화장품 영업이익률 역신장...2분기 초고가 브랜드 매출 성장에 희망
다만 LG생활건강의 실적은 화장품 부문이 좌우한다.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이 성장했다고 해도 이들의 이익기여도는 24%에 불과하다. 전체 실적에서 화장품 사업부문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것.
이번 1분기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1조655억원, 영업이익은 10.0% 감소한 221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8%로 2017년 1분기 수준(20.9%)으로 회귀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와 해외 화장품 시장에서 주요 채널의 매출이 급감했다"며 "특히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현저한 감소로 면세점 채널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매출이 34%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럭셔리 화장품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현지 영업도 중단됨에 따라 화장품 실적 타격은 불가피했으리란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이번 분기엔 럭셔리 화장품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초고가 라인의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후'(-8%)와 '숨'(-31%), '오휘'(-6%)의 매출은 감소했지만, 이들의 상위 브랜드인 '로시크숨마'(+13%)와 '더퍼스트'(+52%) 라인의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했다.
2분기 실적은 초고가 브랜드의 매출 신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력 제품인 에센스를 기준으로 할 때, 더퍼스트와 로시크숨마는 오휘와 숨 대비 각각 218%, 54% 가격이 비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의 면세 채널 수요는 럭셔리 선택이 여전했다"며 "앞서 중국 내에서 로시크숨마, 더 퍼스트를 주력으로 마케팅해왔는데, 코로나19에도 그 효과가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