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행 관련 일을 하는데"...약 3000만원 뜯어내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금융회사 직원 행세를 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20대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김모(26) 씨와 송모(25) 씨는 페이스북에서 가명으로 금융회사 직원 행세를 하면서 여성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기로 공모했다.
김씨 일당은 지적장애 3급 여성 A씨에게 접근한 뒤 2019년 8월 3일 만나자고 제안했다. A씨와 서울 마포구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만난 송씨는 "내가 은행 관련 일을 한다"며 "실적을 올려야 하니 통장에 있는 돈을 빌려주면 일주일 후에 원상복귀 시켜주겠다"고 거짓말했다. 송씨는 A씨를 속이기 위해 금융회사 직원과 통화하는 것처럼 김씨와 통화도 했다.
김씨 일당에 속은 A씨는 곧바로 2500만원 상당의 적금을 해지하고 체크카드를 건네줬다. 체크카드를 받은 김씨 일당은 이틀에 걸쳐 100만원씩 12회 인출하는 등 총 3026만1294원을 뜯어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뉴스핌DB |
결국 김씨는 사기와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송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8월과 징역 1년6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씨와 송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58만원과 1297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피고인들은 동종 및 이종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매우 많고 누범 기간 중인데도 대범하게 범행에 나아갔다"며 "또 중증의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금융기관 종사자인 것처럼 속여서 거액을 가로챘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수익 대부분은 김씨가 차지했지만, 송씨가 기망 행위의 대부분을 실행했기 때문에 결코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용서받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