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패배 이후 한진칼 지분 모으는 3자연합...임시 주총 시계 속도
코로나19 장기화 발목...리더십 증명 험난한 과제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고 야심차게 닻을 올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차곡차곡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 '2차전'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
◆ 3자연합, 한진칼 지분 매입 박차...조 회장 측과 간격 ↑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주총 전후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며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다.
현재 조 전 부사장 6.49%, KCGI 19.36%, 반도건설 16.9% 등 3자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42.75%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조 회장 측은 조 회장 지분 6.52%에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를 합치면 37.35%다. 여기에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 GS칼텍스 0.25%를 합치더라도 41.3%에 머문다.
지난 주총에서 조 회장에게 약 1%의 지분을 보태준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도 주총 이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여러 비핵심자산을 매각했다"면서 "다만 세부 매각 내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3자연합이 지분율을 45% 이상 끌어올리고 임시 주주총회 시계를 오는 7~8월 쯤으로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사 해임의 경우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3자연합은 최대한 지분율을 끌어올린 뒤 기관투자자·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어내 1차전 패배 설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 한진칼 지분을 계속 확보하고 있는 상황은 맞다"며 "다만 임시 주총 소집 요구 여부, 시기 등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한진칼 지분 현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2020.04.20 iamkym@newspim.com |
◆ 코로나19에 대한항공 '난기류'...'조원태 리더십' 증명 가능할까
내부적으로 3자연합의 경영권 공세가 거센 가운데 외부적으로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조 회장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현재 대한항공은 전체 110여개 국제선 중 불과 13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운항률이 10%대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전체 매출에서 국제선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금 사정도 점차 악화하고 있다. 지난 달 대한항공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6228억원이 이달 말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낼 경우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국제선 운항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조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전 직원의 70% 이상을 6개월간 순환휴직 하고, 임원들은 금여의 30~50%를 반납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부의 회사채 지급 보증 등 추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조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요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양측 모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자신한 만큼, 현 상황 악화는 3자연합 공세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조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방어와 대한항공 정상화 모두 험난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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