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일일 벤치마크 마감 환율이 정해지는 특정 시기에 수상한 변동성이 수 차례 발생해 초단타 매매 세력의 조작이 의심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 업체 라이드네는 3월 초부터 호주달러와 파운드, 유로가 런던 시장에서 오후 4시에 외환시장 벤치마크로 쓰이는 'WM/로이터 픽스(마감 환율)'이 정해지기 직전 특이한 변동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마스크를 착용한 달러 지폐속의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4.01. |
통상 오후 4시에 WM/로이터 픽스가 정해지기 직전 5분 간 거래량이 급증하기는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 3월 초부터 변동성이 더욱 급격히 늘어난 것. 라이드네는 컴퓨터 기반 헤지펀드들이 벤치마크를 이용하는 투자자와 기업이 손실을 보는 방향으로 환율을 조작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패턴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분석 전문 자회사인 베스트X도 벤치마크를 둘러싼 환율 변동성 급증을 관측했다. 베스트X는 이 때문에 3월 말 기준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이 이전 3개월에 비해 세 배 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은 주말을 제외한 일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주식시장처럼 기준점으로 삼을 마감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상당수 투자자들이 외환 거래를 위해 WM/로이터 픽스와 같은 일일 벤치마크를 활용한다.
고객들의 벤치마크 주문을 관리하는 은행들은 대규모 거래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벤치마크가 정해지기 전 5분 동안 외환 거래를 시작한다. 이 때 시중 은행과 중앙은행, 여타 시장참여자들은 환율에 과도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행동수칙이다. 이는 2013년 환시 조작 스캔들 이후 정해진 원칙이다.
이 스캔들은 씨티그룹과 JP모건, 바클레이스, RBS 등의 외환 딜러들이 2007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온라인 채팅방에서 암호화된 대화를 통해 환율을 조작한 사건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반 '퀀트 헤지펀드'(quantitative hedge fund)나 초단타 매매 세력들의 환율 조작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라이드네에 따르면, 지난 1일에는 런던시장에서 4시에 WM/로이터 픽스가 정해지기 직전 명백한 촉매제 없이 호주달러가 급등했다. 이러한 변동성은 3월 초 이후 세 번째 발생한 것이다. 지난 15일에는 호주달러와 파운드가 벤치마크 설정 직전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러한 변동성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2월 말부터 모든 자산군이 격랑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라이드네의 분석에 따르면 다른 자산군의 변동성과 비교해봐도 특정 시간 특정 환율에 대한 변동성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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