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기업 규모 상관 없이 유동성 공급 우선해야"
"규제해소 등 기초체력 높이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항공업, 여행업이 직격타를 맞았다면 2분기부터는 전 업종에 걸쳐서 위기가 커질 겁니다. 대기업들은 아직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본다는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죠".
14일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나서 말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현장에선 그야말로 아사직전이라는 위기감이 크다"라며 정부의 대기업 피해지원 정책 아쉬움을 토로했다.
글로벌 시장 전반의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여전히 어느것 하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 이 관계자는 "정부의 기업 살리기는 말 뿐이지 현장에선 체감되지 않는다. 최근 몇년간 근로시간 단축이나 각종 규제 등으로 기업의 기초체력마저 바닥에 떨어져 있어 버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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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의 경영위기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 경영관리를 잘못한 결과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으나 불가항력의 코로나는 예측불가의 위기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도 이번 코로나 위기를 버터낼 기초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장기터널 초입에 들어선 글로벌 경기둔화 국면에서 코로나 사태로 맞은 생산과 판매, 수요의 절벽사태는 현재로서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재계가 대기업 피해지원책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장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경영환경에서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를 맞았는데 '대기업이니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골든타임만 놓치는 결과라고 재계는 우려한다.
실제 재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코로나 피해지원 재정지출 방향이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총선용 포플리즘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는 기업 관계자도 여럿이다. 소상공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지원책이 몰리는 반면 중견급 기업이나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개인당 수십만원의 돈을 풀어 경기활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돈을 푸는 것도 양질의 일자리 등 우리 경제주체인 기업의 경영이 원활하게 돌아갈 때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악화로 물살타는 인력구조조정의 시기에 정부의 재원을 푸는 방식은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
이와 관련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기업들이 억지로 버티는 중이다. 기업들이 부도나기 시작하면 경제 생태계 붕괴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재난기본소득은 자원 낭비다. 돈을 뿌린다고 경제가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평소면 안망할 기업들이 망하게 되는 것을 막는데 이런 돈을 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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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주요 경제단체들이 대정부 호소문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제계의 호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정부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신용보증이나 유동성 공급 등에 급한 불 끄기룰 지원해 달라는 것과 글로벌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해소 등 기업의 기초체력 높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예컨대 중공업, 항공업, 여행업 등 당장 경영위기가 극에 달한 업종에서는 신용보증 등 유동성 공급을,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유통업에서는 현실감있는 규제 해소를, 자동차·철강 등 중후장대업종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어려움과 세금부담 해소 등을 현재의 위기에서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세계적 경제위기와 현재의 위기를 비교하면 한국의 경우 지난 몇년간 대공황 위기를 악화시켰던 미국의 정책과 유사한 패턴을 밟고 있다.
미국은 대공황 초기 1933년 국가산업진흥법을 제정해 최저임금제 도입, 최대 노동시간(주 40시간), 생산량 제한 등의 강력한 반시장적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악화시키고 위기로부터의 회복시간도 지연시켰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은 결국 미래 국민에게 거둬야 할 돈이다. 금융지원보다 정책 수정이 더 시급하다"면서 "단적으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들이 아사 직전인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졌다. 규제도 지나치다. 정책적 변화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ikh665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