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에 이은 스타 기업의 부정 논란
중국 상장사에 대한 공매도 확대 움직임
2011년 공매도 붐 재현될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스타벅스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로 급성장한 루이싱(瑞幸·Luckin)커피 사태의 논란이 사그라 들기도 전에, 또 다른 중국 상장 기업들의 '회계 부정'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들 중국 기업들은 미국 증시 상장사 비리 고발업체로 불리는 투자정보 제공업체들에 의해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향후 주가 하락에서부터 거래 중지와 상장 폐지에까지 이르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미국 증시에서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되는 중국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스타 기업의 공매도 사태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지난 2011년 발발한 공매도 붐이 또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중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로 급성장한 루이싱(瑞幸·Luckin)커피가 '회계 부정' 의혹에 따른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루이싱커피 주가는 75.57% 폭락했고, 하루 사이 49억7000만 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
◆ 중국 상장사 집중 포화로 '제2의 루이싱' 잇단 등장
7일 저녁(한국 시각) 글로벌 투자정보 제공업체 울프팩 리서치(Wolfpack Research)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아이치이(愛奇藝)를 매출과 액티브 유저 수 조작 등을 이유로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이치이는 즉시 이 사실을 부정했으나 아이치이 주가는 한때 10% 이상 떨어졌다.
또 다른 투자정보 제공업체 그리즐리 리서치(Grizzly Research)도 최근 중국 온라인 교육 업체 건수이쉐(跟誰學)가 2019년 재무보고서 상의 순이익을 10배로 불리고, 학생수도 허위 조작했다는 이유를 들어 공매도 대상에 올렸다.
앞서 루이싱커피의 비리를 고발한 머디 워터스 리서치(Muddy Waters Research)와 이번 아이치이 비리를 고발한 울프팩 리서치 등은 미국 증시 상장사에 대한 자체적 조사를 통해 투자 포지션을 결정하는 투자정보 제공업체다.
이들 업체는 비리 의혹이 있는 상장사를 공매도 대상으로 올린 뒤, 적절한 시기에 이들 기업의 실체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해당 상장사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시세 차익을 거둔다. 실제로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루이싱커피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뒤, 바로 공매도에 나선 바 있다. 해당 상장사는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된 뒤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주가 하락에서부터 거래 중단과 상장 폐지의 수순까지 밟게 된다.
하오쥔보(郝俊波) 국제증권소송변호사는 "공매도는 일종의 돈벌이"라면서 "공매도 대상 기업들을 선정하기 위한 자체조사에는 거액의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이 연이어 공매도 대상에 오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들 투자정보 제공업체들은 공매도 대상 중국 기업 명단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이를 공개할 적절한 타이밍을 보고 있다"면서 '제2의 루이싱', '제2의 아이치이'가 등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루이싱커피에 이어 아이치이 사태까지 중국 스타 기업들이 연이어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되면서,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 사이에선 차기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일부 기업은 자발적으로 기업의 비리를 폭로해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교육기업 하오웨이라이(TAL Education·好未來)는 7일 정기적인 내부 회계감사에서 한 직원이 계약을 위조해 매출을 부풀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자발적 폭로에도 불구, 루이싱커피 사태로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탓에 하오웨이라이 주가는 한때 28%까지 급락했다.
하오웨이라이가 회계 부정 스캔들을 자발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샹쑹캐피털(香頌資本) 선멍(沈萌) 상무이사는 "루이싱커피 사건으로 미국 심사 기관이 중국 상장사에 대한 조사 범위와 강도를 확대하고 나설 것"이라면서 "부정 의혹이 드는 기업들은 일을 키우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 후 리스크를 줄이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하오웨이라이가 자발적으로 비리를 밝힌 건 최선의 선택"이라며 "공매도 전문 기관에 의해 폭로가 될 경우 이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최근 루이싱커피, 아이치이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연이어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지난 2011년 발생한 공매도 붐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
◆ 2011년 공매도 붐 재현 우려 확대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연이어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지난 2011년 발생한 공매도 붐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던 중국의 환경보호설비 및 기계설비 연구개발(R&D) 업체인 다롄뤼눠(大連綠諾)는 2010년 말 회계부정 의혹을 받으며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된 뒤 상장이 폐지됐다. 이어 2011년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중국 연구개발 기업 둥난룽퉁(東南融通)의 분식회계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중국 기업을 겨냥한 엄격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는 중국 기업에 대한 공매도 붐으로 이어졌다.
당시 둥난룽퉁을 필두로 3개월 사이에 24개 중국 기업이 회계부정 등으로 미국 증시에서 거래중지 또는 상장 폐지됐다. 일부 중국 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은 132개에 달했고, 그 중에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 마이카오린(麥考林), 대표 온라인 서점 당당왕(當當網)을 비롯해 신랑(新浪), 써우후(搜狐) 등 대표적인 인터넷기업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2011년 미국 증시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상장 계획을 취소하는 중국 기업이 속출했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 투더우왕(土豆網)은 2011년 하반기 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지만, 상장 첫날인 2011년 8월 17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12% 폭락한 후 계속 하락세를 걸었다. 당시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쉰레이(迅雷), 대표적 인터넷문학 기업인 성다문학(盛大文學), 소셜커머스 기업인 라서우왕(拉手網), 온라인 의류전문 쇼핑몰인 판커(凡客) 등이 미국에서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일제히 취소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 지난해 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향한 공매도 집중 포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여러 중국 상장사가 공매도 대상으로 지목됐다. 앞서 언급된 루이싱커피, 아이치이, 하오웨이라이, 건수이쉐 외에 취터우탸오(趣頭條), 허시다이(和信貸), 카난 크리에이티브(Canaan Creative·嘉楠科技), 58퉁청(58同城), 유신(優信), 베이진(Beigene·百濟神州) 등이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올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더욱 하락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가뜩이나 미국 증시에서 거래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 기업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알리바바(阿里巴巴), 바이두(百度), 징둥(京東·JD닷컴) 등 소수의 대형 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중소 규모의 중국 상장사들은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낮아 거래 부진을 겪고 있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