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무더기 해고·무급휴가·연봉삭감
실업률 20% 공포 현실화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코로나19(COVID-19)로 운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줄줄이 해고에 나서면서 직장 밖으로 쫓겨난 미국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은 당장 월세나 모기지, 보험료를 내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해고되진 않았지만, 연봉이 삭감된 미국인들도 부지기수다.
한 행인이 텅 빈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3.27 mj72284@newspim.com |
2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28만300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치 150만 건을 두 배 이상 웃돈 수치이기도 하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자택 대기명령으로 미국인 중 절반의 발이 묶이면서 모든 재화나 서비스 수요가 실종되며 기업들은 직원에 대한 대규모 해고에 나서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 활동 위축으로 문을 닫은 쇼핑몰과 테이크아웃 서비스만 제공하는 식당과 술집에서는 직원들이 줄줄이 쫓겨났다.
지난 주말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건설회사에서 해고된 덴젤 뷰 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3살 된 딸을 비롯해 자신의 가족들에게 이번 해고가 엄청난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뷰 씨의 아내도 한 주 전 영업을 중단한 알레르기 전문 클리닉에서 해고됐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은 당장 처리해야 할 고지서를 붙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지표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40%는 400달러의 비상금도 준비돼 있지 않으며 53%는 전혀 비상금이 없다. 뷰 씨는 월세 1000달러와 전기세 300달러를 내야 한다.
해고로 직장을 떠난 사람들은 건강보험 혜택도 잃어 병원에 가야 할 경우 엄청난 미국의 의료비 부담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 뷰 씨는 "내가 다른 직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병원비가 나오지 않도록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집에서 기도하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극단적인 해고가 아니더라도 직장의 연봉삭감, 무급휴가 조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들도 넘쳐난다. 뉴욕의 한 의류회사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최근 연봉이 절반으로 깎였다. 그러나 A 씨는 해고의 칼바람 속에서 이 같은 회사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고를 피한 미국인들은 안도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뉴저지의 한 로펌에서 일하는 마크 오코너 씨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엄청난 사람들이 불행히도 직장에서 해고됐다"고 전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1200달러 수표 지급을 반가워하면서도 이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기본 생활 물가가 높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1200달러는 돈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한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재닛 도카 씨는 "1200달러라는 돈은 자동차 보험을 내고 나면 끝"이라면서 "트럼프 재선을 위한 뇌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때처럼 20%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던 트러스트의 칼 태넌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코로나19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식당과 유통업, 퍼스널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 절반이 직장을 잃는다면 실업률이 10%포인트에서 13%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업률이 1981~1982년 침체기 말 기록한 10.8%의 기록을 훨씬 웃돌 수 있다는 이야기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