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비례의석 확보를 위한 여야 각 정당들의 파행이 도를 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내놓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부결시켰고, 이에 한국당의 한선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9일 총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시민사회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과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하다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시민을 위하여'라는 단체와 비례당을 창당하기로 급선회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군소 정당들과 어거지로 통과시킨 선거법의 필연적인 부작용이다.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비난해 온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한사코 위성정당 창당을 부정해 온 이해찬 대표가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은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자가당착이다. 원내 제1당을 사수해야 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을 막을 수 있다는 당위성을 내세우지만, 위선일 뿐이다. 더욱이 플랫폼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같이 만들기로 한 '시민을 위하여'라는 단체는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 촛불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인사가 주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각종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집권 여당으로서는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것은 물론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인 한국당 간의 갈등도 볼썽 사납다. 통합당의 영입 인재 대부분을 당선권 밖에 배치한 데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재논의 요청도 무시한 한국당 지도부의 독단적 행동이 이런 사단을 만들었다. 양당의 대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한국당 지도부 총사퇴로 정권교체를 위한 보수대통합이라는 구호 마저 무색해졌다. 통합당은 비례후보를 내는 등 타개책을 강구 중이나 적절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뺀 나머지 정당들과 야합해 탄생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는 또 다른 편법과 꼼수가 난무할 게 뻔하다. 아울러 정치신인 발굴이나 소수의견 대변 등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면 비례대표제 자체를 없애는 방안도 논의하기 바란다. 직능대표와 사표 방지 등 순기능은 사라진 채 정당 지휘부가 자기 세력을 키우고 나눠먹기로 변질한 비례대표제라면 국민대의라는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