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소정(김소은)은 파티셰를 꿈꾸는 카페 아르바이트생이다. 치매를 앓는 홀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팍팍한 삶이지만, 언제나 당차고 씩씩하다. 하지만 그런 소정도 카페 사장 승재(성훈) 앞에서만은 작아진다. 소정의 짝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재는 차갑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찾아와 소정에게 의문의 책을 건넨다. 그리고 그날 이후 거짓말처럼 승재가 달라진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사진=블루필름웍스] 2020.03.19 jjy333jjy@newspim.com |
그럴 때도 있긴 했다. 앞에서 윽박지르기 일쑤지만 알고 보면 속내는 따뜻한 남자 주인공에게 빠진다거나,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캔디형(혹은 민폐형) 여자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던 때가. 10년 전쯤엔 분명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은 변했고 관객의 사고는 달라졌다.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누구나 주체가 되는 시대가 왔다.
그런 맥락에서 김정권 감독의 새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시대착오적인, 시대를 역행하는 작품이다. 개봉이 녹록지 않아 2년(이 영화는 2017년 10월 크랭크업했다)이 지나 선보이게 됐지만, 그때 나왔다고 해도 황당했을 스토리가 107분 동안 펼쳐진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부터 마법책으로 사랑이 이뤄진단 서사, 크고 작은 설정까지도 너무 올드하다.
무엇보다 성 인지성 부족에서 비롯된 대사와 상황들이 시종일관 불쾌감을 준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여주인공이 낯선 남자들에게 이유 없이 위협받는 상황. 남자 주인공이 갑자기 나타나 구해준다. 그러곤 눈치를 보는 여주인공에게 다짜고짜 화를 낸다. "네가 행동을 잘못하고 다녀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물론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영화는 출발 의도나 목적에는 닿을 수가 없다. "꿈과 연애, 결혼을 포기한 요즘 청춘들의 현실과 사랑에 대한 고민"도, "일상의 소중함"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봐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건 오롯이 고 전미선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인은 '사랑하고 있습니까'에서 소정의 어머니를 연기했다. 특유의 나긋한 목소리와 온화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한켠이 저린다. 오는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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