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누가 돌보나" vs "감염되면 누가 책임지나"
교원·학부모 단체 "추가 연기 결정 환영…후속 조치 필요"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교육부가 17일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추가로 2주 더 연기하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학교에 보냈다가 감염이 확산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부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당초 추가 개학 연기를 망설였던 교육부가 이날 연기를 확정한 것은 학교를 통한 지역사회 2차 감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반에만 수십 명이 모여 생활하는 데다 급식소, 체육관 등 공동시설에서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교사들이 이를 모두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미 코로나19 미성년 확진자는 500명을 넘어섰다. 19세 이하 확진자는 16일 0시 기준 517명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점쳐지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3일 시·도교육감들과 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14일 감염병 예방 전문가들과 간담회 등을 진행해 추가적인 개학 연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추가적인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중학교 정문에 운동장 개방 제한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0.03.15 leehs@newspim.com |
교육부 발표에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어른들의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개학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중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이모(42) 씨는 "학교에 보냈다가 감염이 확산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개학하면 학교에 안 보낼 수도 없는데, 차라리 개학을 연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어 고민이 깊다고 입을 모았다.
6세, 초등학교 1·3학년 등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41) 씨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지 못해 많이 답답해한다"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시간당 8만~10만원을 내고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아이를 맡기는 데 큰 돈을 쓰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개학 연기가 달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최모(50) 씨는 "아이들 개학 일정 변경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은 계획을 이리저리 바꾸느라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미 육아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는 영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돌봄'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영유아 자녀 셋을 뒀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 돌보느라 살이 쭉쭉 빠지는 것 같다"며 "개학이 추가로 연기되고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워킹맘은 죽어난다", "맡길 데도 없다"는 하소연도 눈에 띄었다.
추가 개학 연기를 요구했던 교원단체들과 학부모단체는 교육부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고심 끝에 내린 개학 연기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며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 사태를 맞은 만큼 수업시수가 감축돼야 이후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 무리하지 않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총도 "개학 추가 연기 결정은 학생들의 건강, 안전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역시 "그동안 우리가 이런 사태에 대해 준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교육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 언제든지 온라인 강의가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돼야 한다"며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학부모들의 돌봄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전교조는 "추가로 개학이 연기돼 돌봄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학교 돌봄 시간을 확대하는 '고육지책'으로 돌봄 문제를 해결해왔는데 정부 차원에서 유급돌봄휴가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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