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억제·완화 이분법 아냐…종합적인 전략 취해야"
팬데믹 파장 우려...연쇄적인 국가 간 봉쇄 나올 수도
정부 "현 시점서 봉쇄보다 입국 후 특별관리로 대응"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중국에서 발원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가 사실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규정됐다. 정부는 외국인 입국 제한 등의 봉쇄 조치보다는 일단 입국 후 특별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 거점이 생겨나고 있다"며 "팬데믹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미국·독일에선 이미 팬데믹 선언 나와
미국의 CNN은 "오늘부터 코로나 사태에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독일 정부는 이미 지난 4일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중국,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 등 유럽에도 급속도로 퍼진 영향이다.
팬데믹은 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인 6단계를 의미한다. 팬데믹의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통상 국가 간 전염이 일어나고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WHO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인플루엔자에 대해 팬데믹 선언을 한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세계적인 국가 간 봉쇄 움직임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게 WHO와 한국 정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억제냐 완화냐로 보는 잘못된 이분법이 아니고 둘 모두에 관한 것"이라며 "모든 국가는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억제하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WHO에서 발표하는 사항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정부는 현 시점에서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외 유입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특정 국가 외국인을 막는 것이 뚜렷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이탈리아에 특별입국절차 적용할 듯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역대책보다는 일단은 입국 후에 자가진단앱 등을 활용해서 특별입국관리를 실시하는 선진적인 방역대책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입국절차는 중국·일본발 입국자에 적용하고 있다. 전용 입국장을 통해 들어와 소독과 발열 체크를 하고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접수받는다. 스스로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앱을 설치하도록 해 지속관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절차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외국인을 통한 감염사례 비중은 낮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입국 제한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이탈리아는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원칙 중 하나가 국제연대"라며 "이탈리아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아직까지는 해외 상황에 대해 여유롭게 대응책을 마련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은 국가 전체가 단일 생활권이라 상당히 연결돼 있다.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부분이 있어 향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향후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대응은 국내 절차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WHO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널리 확산된 국가에 휴교나 대규모 집회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은 이미 선제적인 조치로 WHO로부터 모범사례로 인정받은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추가 조치 수위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