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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자금줄 마비···지구촌 기업들 벼랑 끝

기사입력 : 2020년03월04일 01:57

최종수정 : 2020년03월04일 01:57

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호주의 항공업계부터 미국 영화관 체인, 카지노 업체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 급감과 수익성 악화에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신용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맞은 것.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신규 회사채 발행이 막힌 것은 물론이고 기존 채권의 차환 발행까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 자금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즈니스가 마비된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업들은 디폴트 위기로 내몰리는 실정이라는 소식이다.

항공과 카지노, 엔터테인먼트와 호텔 등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체 이외에 부채 규모가 큰 석유 업계 역시 유동성 경색과 디폴트 리스크에 홍역을 치르는 상황이다.

광산업체를 포함한 원자재 섹터와 해운업, 럭셔리 자동차 제조업체도 마찬가지.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면서 기존 회사채 가격이 급락한 한편 자금 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혔다는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이 자금난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매출 급감에 시달리는 기업들을 구제하기는 역부족이고, 국책은행과 국영기업들 역시 돈줄을 제공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로열 런던 애셋 매니지먼트의 아자르 후세인 글로벌 신용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행업계와 신흥국 공급망에 집중됐던 바이러스 충격이 선진국 소비시장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만기 도래하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홀딩스의 회사채는 2일 사상 최저치인 85.2센트까지 밀렸다. 업체가 코로나19 충격을 빌미로 이익 전망치를 대폭 낮춘 가운데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3위 해운 업체 CMA CGM은 내년 만기 도래하는 10억달러 물량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해야 하지만 중국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데다 신용시장 한파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에너지 업체의 회사채는 가격 급락이 위험 수위로 치달았다. 체사피크 에너지의 2025년 만기 회사채 가격이 60센트까지 밀렸고, 휘팅 페트롤리엄이 발행한 회사채 가격은 38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골드만 삭스는 주요국 석유업체가 경기 하강 기류에 극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기업들도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매출 절벽과 유동성 경색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ANZ은행은 정부의 격리 조치에 따른 중국 기업 손실이 1분기에만 2조6000억위안(37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 컨설팅 업체 가베칼은 손실 규모가 4조위안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세한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자금 부족에 따른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체들은 대규모 감원과 투자 계획 철회, 여기에 임금 삭감까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에 소상공인들에게 상반기 부채 상환을 유예해 줄 것을 권고하는 등 금융시스템 위기를 차단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오전 현재 코로나19는 전세계 77개국에 확산됐고, 감염자와 사망자는 각각 9만2272명과 3136명으로 늘어났다.

 

higrace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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