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정명령, 재정 처분 실효성 위해 발동하는 긴급조치
추경 갈등 피할 수 있지만, 국회 승인 못 받으면 효력 상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틀 연속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을 언급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 긴급재정명령권이라도 발동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이어 26일에도 "추경이 적시에 되지 않는다면 여당은 긴급 재정명령권 발동을 건의하겠다"고 군불 떄기에 나섰다.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은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대통령이 재정 처분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려는 취지에서 발동하는 긴급 명령조치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점검을 위해 대구 남구청을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2020.02.25 photo@newspim.com |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을 규정한 헌법 제7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발동한다. 예컨대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해 법률의 효력을 갖는 명령을 발령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이라고 해도 아무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는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정 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해 법률의 효력을 갖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회에도 보고해 사후 승인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는 긴급재정명령의 처분 또는 명령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하며, 명령에 의해 개정 또는 폐지됐던 법률은 효력을 회복하게 돼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이틀 연속 긴급재정명령권을 언급했다. kilroy023@newspim.com |
헌법재판소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대한 1996년 결정문에서 "긴급재정명령은 비상수단으로 의회주의 및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에 요건은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면서 "위기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전적·예방적으로 발동할 수 없다"고 제한했다.
헌재는 "공공복리의 증진과 같은 적극적 목적을 위해서도 할 수 없다"면서 "위기의 직접적 원인 제거에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여권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전국적으로 이뤄지면서 가장 피해가 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한 현 상황을 헌법에서 언급한 긴급재정명령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추경안을 최대한 빨리 편성해 2월 임시국회 기간인 3월 17일까지 국회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지만, 4·15총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야권이 정부의 추경안을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현 상황도 반영됐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당시 금융실명제 명령이 발동될 때 국회가 폐회 중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국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급재정명령을 내릴 명분이 많지 않아 실제로 발동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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