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꺼리는 레바논, 대외순채무 55조원 추산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심각한 경제 위기로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레바논의 국채 금리가 1000%를 넘어섰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다음 달 9일 만기가 도래하는 120억달러(약 14조원) 물량의 레바논 정부 발행 유로본드 금리가 전날 1000%선을 넘어서 1600%로 폭등했다.
레바논의 해당 권종 국채 금리는 100%대를 기록하다가 이달 앞서 300%로 급등한 뒤 연일 치솟더니 지난 14일 600%를 웃돌았고 결국 1000%선을 넘었다.
다음 달 9일 만기가 도래하는 120억달러 물량의 레바논 정부 발행 유로본드 금리 추이 [자료= 블룸버그통신] |
금리가 급등한 것은 레바논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공포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바논 유로본드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1만250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 부근을 기록 중이다.
레바논은 1975~1990년 내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작년 9월부터는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져 그 다음 달 총리가 사임을 하기도 했다. 이후 약 3개월 동안 무정부 시기를 보내다 올해 1월 새 총리가 취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레바논의 정부와 중앙은행, 현지 시중은행들의 대차대조표를 연결하면 레바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약 마이너스(-)460억달러(약 55조원)라고 추산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으로, 마이너스 의미는 그만큼 순수하게 대외적으로 갚아야 할 채무가 많다는 뜻이다.
피치는 레바논이 대외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차환발행을 통해 상환 시도에 나서더라도 금리가 워낙 높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레바논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IMF에 조언만 구한 상태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칼라 슬림 이코노미스트는 "구체적인 자금조달·경제 계획없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대외 채무 재조정에 나선다면 이미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불확실성에 빠진 레바논은 더욱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베이루트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레바논 반(反)정부 시위대가 베이루트에서 은행 창문을 부수고 있다. 2020.01.14. bernard020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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