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1일 제주도 관광객 22만여명, 전년 대비 47% 줄어
3500원 등 1만원대 미만 비행기 티켓까지 등장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 직장인 박모(31·여)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 회사에 연차를 내곤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박씨는 "비행기에 빈 자리가 많아서 편하게 탈 수 있었다"며 "평소엔 대부분의 관광지나 유명한 음식점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복잡했는데, 이번엔 조용히 혼자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여행을 종종 가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주말을 이용해 '맛집 투어'만 하러 갈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 속 오히려 제주도를 찾는 여행족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4박 5일동안 제주도를 관광한 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이 지난 1일 알려진 후 제주도를 찾는 시민들은 급감했다. 여파로 비행기 티켓 값까지 폭락하자 이를 역이용하는 시민들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6일 한적한 제주공항 모습. [사진=독자 제공] |
12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22만7269명으로 이중 내국인 관광객은 21만1961명, 외국인 관광객은 1만5308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3만1607명과 비교할 때 47.3% 감소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도 관광객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근 2주동안 주말 제주도 관광객은 ▲2월 1일 2만5978명 ▲2월 2일 2만3685명 ▲2월 8일 2만1615명 ▲2월 9일 1만9935명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할 때 관광객이 평균 42.9% 줄어든 셈이다.
[사진=티웨이항공사 홈페이지] |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여행 심리가 위축됐으나 일부는 이를 파고들어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있다. 직장인 김모(30·여) 씨는 "일에 치여서 2박 3일 동안 조용히 쉴 곳을 찾고 있던 차에 제주도에 관광객이 줄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며 "정말 유명한 해안도로나 카페가 북적이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 관광 수요가 줄어들자 1만원대 미만의 제주행 티켓까지 등장해 여행족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저가 항공사 중 하나인 티웨이항공사 홈페이지엔 3500원 등 1만원 미만의 제주행 티켓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진에어, 제주항공 등 다른 국내 저가 항공사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직장인 김모(27) 씨는 "주말 황금 시간대에 왕복 항공권이 4만원대면 평소 반값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사태 초기랑 다르게 완쾌한 확진자도 나오고 잠잠해지는 것 같아 비행기 티켓이 싸진 김에 여자친구와 주말에 다녀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친구들과 이번 주말 제주도에서 '추억 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A(20·여) 씨 또한 "값싸진 비행기 티켓, 비수기 숙소 가격 등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안 갈 수가 없다"며 "더구나 개강까지 미뤄져서 걱정은 되지만 친구들과 여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