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법원 "시정명령 일부 및 과징금 명령 모두 취소"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하이트진로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 납부 등 명령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2심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하이트진로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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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2018년 3월 26일 (공정위가) 원고 하이트진로에 대해 한 별지1 목록 기재 순번 1의 라항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한다"며 "하이트진로의 나머지 청구와 서영이앤티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된 지원금액을 이 사건 각 행위별로 구분해 산정했지만, 각 행위 전체에 대해 하나의 처분으로 최종적인 과징금을 산정해 부과했다"며 "하지만 이들 행위 중 주식 고가 매도 지원행위 부분은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각 행위 전부가 부당한 지원행위임을 전제한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일부 위반 행위만이 위법하지만 소송상 그 일부 위반 행위를 기초로 한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경우 하나의 과징금납부명령을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하이트진로의 청구 중 주식 고가매도 지원행위와 관련된 시정명령 부분과 과징금납부명령 부분은 이유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8년 하이트진로가 총수 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지원하거나 납품업체인 삼광글라스를 통해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하이트진로에 과징금 79억4700만원, 서영이앤티에 15억6800만원을 부과했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를 담는 통, 냉각기 등 기자재를 제조하는 회사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이 각각 지분 14.7%, 58.44%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전량 납품받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후 서영이앤티 매출은 2007년 142억원에서 2008~2012년 연평균 855억원으로 6배 급증했다.
하이트진로는 2013년 1월에도 삼광글라스를 통해 직접 구매하던 공캔의 원재료와 유리밀폐 용기 뚜껑 등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면서 통행세 지급을 요구했다.
또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의 100%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각을 우회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서영이앤티는 2014년 2월 차입금 이자비용 42억원으로 인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전산용품을 납품하는 비계열사 키미데이타로 하여금 서영이앤티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의 주식을 정상가인 14억원보다 현저히 높은 25억원에 매각하도록 협상을 주도했다고 공정위는 봤다.
하이트진로는 매매 가격을 직접 협상하면서 키미데이타가 8년 이내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면 약정을 합의했다. 하이트진로가 서해인사이트의 영업이익률을 5%로 유지해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는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해 2018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은 법원의 1심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곧바로 2심 기관인 서울고등법원이 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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