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생필품 특가창고 시작으로 브랜드 스토어로 이커머스 공략 가속
카카오, 장보기 서비스 개편...전문 큐레이션 강화하고 카카오페이 연계
[서울=뉴스핌] 김지완 정윤영 기자 = 덩치를 불린 네이버·카카오 양대 포털이 이커머스 패권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쿠팡 곳간이 비었다'는 소문과 엮이면서 이커머스 시장 재편 노림수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쿠팡·11번가·옥션·티몬·위메프·G마켓 등 6대 쇼핑몰이 차지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 재편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네이버는 지난 3일 '생필품 특가창고'를 열었다. 65개 식품·리빙 브랜드사가 참여해 일상 생활에서 반복 소비되는 인기 생필품을 초특가에 구매할 수 있다. 카카오도 오는 27일 '카카오장보기'를 푸드 전문서비스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몰과 제휴 관계를 끝내고, 홀로 서기에 나선 것.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콘티넨탈에서 열린 'NAVER CONNECT 2020' 참석해 기조연설 중이다. [사진=네이버] |
◆ 네이버, 이커머스 화력 집중...할인폭·혜택 늘리고 전문성 강화
시장에서는 이커머스 시장 1위인 쿠팡이 흔들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만성 적자에 따른 자금난 등에 대한 우려다. 이런 시점에 네이버·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네이버는 '큰 손'이라는 점을 앞세워, 입점사에 강력한 '할인' 제공을 유도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특가창고 입점은 브랜드사 또는 브랜드사가 지정한 총판사만 가능하다"며 "아울러 할인을 제공해야만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특가창고는 매일 '브랜드데이'를 열며, 입점사별로 큰 폭의 할인을 제공중이다. 지난 11일 LG생활건강 브랜드데이가 열리며 최대 50% 할인행사를 열었다. 섬유유연제 '샤프란케어 냄새뺌(BAAM)'의 경우, 네이버 특가창고에선 40Oml 3개가 9900원에 판매했다. 같은 시각 쿠팡에선 같은 제품 2개 짜리가 1만900원에 팔렸다.
가격만 싼 것이 아니다. 네이버페이 연계 혜택도 상당하다. 특가창고는 이용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2%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해 최대 5%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입점사에 빅데이터 분석 자료 제공 등 화끈한 화력지원을 약속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쇼핑 내 브랜드 스토어를 만들어 브랜드 홍보 및 제품 소개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공간 제공하겠다"며 "네이버 강점인 데이터를 잘 가공해 판매에 도움이 될 인사이트(insight)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사들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쿠팡에 선전포고 한 것과 다름없다.
◆ 카카오장보기, 푸드 전문서비스 개편...차별화된 큐레이션 + 카카오페이 혜택
카카오는 오는 27일 카카오장보기를 푸드 전문서비스로 개편 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장보기 서비스의 성격에 맞게 톡스토어 내 식품 카테고리의 상품 중 추천 톡딜 상품을 주력으로 노출할 예정"이라면서 "디저트, 밀키트(간편식), 산지직송, 신선식품을 포함한 다양한 필수 식음료 등 고객 인기도·선호도 높은 음식을 큐레이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장보기 상품 대비 시즌성, 다양성, 화제성 등의 테마도 적극적으로 커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측은 "새로워진 장보기는 쇼핑하기 및 톡스토어를 통해 검증된 상품을 연계할 예정"이라면서 "이에 따라 경쟁력있는 상품을 보유하고 판매하는 식품 전문 개별 스토어의 활성화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결제 리워드, 혜택, 프로모션 같은 경우는 전부 미정이다. 오픈 시기 때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생각에는 리워드 부분 정도가 혜택으로 꼽힐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11일 네이버 생필품 특가창고. [제공=네이버] 2020.02.11 swiss2pac@newspim.com |
◆ "포털 우세 점쳐...쿠팡 자금력 악화"
반면 쿠팡은 자금력 약화와 관련된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1일 한 외신에선 내년 상장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쿠팡은 지난해 유상증자 형식으로 8000억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싸움 초반이지만 시장에선 포털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 심화는 네이버에 긍정적"이라면서 "쿠팡의 자금력 약화로 당 분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낮은 수수료율과 페이포인트 프로모션 효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성장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네이버·카카오 포털사업자는 온라인·모바일쇼핑 부문을 간편결제 부문과 연계해 육성할 계획"이라면서 "네이버·다음 포탈이 검색 부문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매우 높은 점에서 이들 포털사업자의 온라인쇼핑 시장 내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전문기업은 빠른 배송, 낮은가격 등을 장점으로 빠르게 국내 유통업을 잠식하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한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약점은 온라인을 통한 차별화 요소가 제한돼 있다. 가령 빠른 배송으로 제공할 수 있는 차별성도 더 이상 독보적인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기업도 새벽·당일 배송을 서비스 중"이라면서 "이들이 영업손실을 감수하며 장기적으로 낮은 가격을 지속할 수도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생필품 특가창고에 대해선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면서 "생필품은 이전에도 팔아왔다. 다만 한 곳에 모아두지 않다보니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가창고는 생필품을 모아주는 역할과 인기있는 브랜드 제품 진열해 둔다는 정도다. 여기에 특가를 제공하는 것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쿠팡에 도전한다면 물류시장에도 진출해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이 문제로 한성숙 대표와 직접 얘기를 나눴다. 물류 시장 진출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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