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4타 줄이며 19개 대회 출전 끝에 합계 19언더파로 우승컵에 입맞춤
여자골프 세계랭킹 9위 이민지의 동생…'남매 프로' 동반 우승은 못이뤄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호주국적의 한국교포 이민우(22)가 유러피언투어겸 호주PGA투어 ISPS 한다 빅오픈(총상금 110만달러)에서 첫 승을 거뒀다.
그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9위 이민지(24)의 두 살 아래 동생이다. 또 평균 340야드를 날리는 유러피언투어 '최장타자'여서 그의 우승은 더 관심을 끈다.
이민우는 9일 호주 빅토리아주 지롱의 서틴스 비치 골프링크스 비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호주국적 한국교포 이민우가 칩샷을 하고 있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에 데뷔한 이민우는 19개 대회 출전끝에 첫 승을 거두고 누나(이민지) 못지않은 활약을 예고했다. [사진=유러피언투어] |
3라운드에서 3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이민우는 최종일 챔피언조로 플레이하면서도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은 끝에 4라운드합계 19언더파 269타(66·67·68·68)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유러피언투어에 데뷔한 그는 열 아홉 번째 대회 출전만에 첫 승을 안았다. 또 미국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이민지와 함께 '남매 골퍼'로서 이미지를 더 각인할 수 있게 됐다.
이민우는 투어 데뷔연도인 지난해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117위로 올시즌 풀시드권에는 조금 못미쳤다. 지난주 세계랭킹은 227위였다. 이 대회전까지 투어 최고성적은 지난 12월 호주PGA챔피언십에서 거둔 공동 3위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우승함으로써 투어카드 획득은 물론 세계 톱랭커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장타력이다. 지난해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320.48야드로 투어에서 이 부문 랭킹 1위를 차지했다.투어 평균치(295.02야드)보다 25야드나 멀리 날렸다는 얘기다.
올 시즌 들어서는 거리가 더 늘었다. 그의 올해 평균 거리는 341.40야드로 여전히 투어 랭킹 1위다. 투어 평균치(308.30야드)보다 30야드 이상 앞선다. 3라운드 18번홀(파5·길이533야드)에서는 2번아이언 티샷을 365야드(약 334m)나 보낸 후 2온에 성공한 다음 이글을 잡았다. 그 이글 덕분에 2위와 간격을 더 벌렸고, 최종일 여유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민우는 폭발적 장타력으로 샷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요소요소마다 아이언 티샷을 함으로써 정확성을 보완하는 매니지먼트도 보여주었다.
시속 50㎞의 강풍이 몰아닥친 3라운드에서 그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로 흠잡을데 없는 경기를 한 끝에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고, 챔피언조로 플레이한 최종일에도 세기는 전날에 비해 약해졌으나 만만찮은 바람속에서도 버디 5개를 잡고 우승까지 내달았다.
이민우는 최종일 1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친 후 시도한 세 번째 샷이 홀에 들어가는 칩 인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2,4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그는 석 조 앞에서 플레이하는 누나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해 1타차로 쫓기는 위기를 맞았으나 마지막 홀에서 아이언만 두 번 써 2온한 후 버디를 잡고 승부를 냈다.
라이언 폭스(뉴질랜드)가 마지막 홀 이글을 포함, 이날만 이글 2개를 잡고 8타(버디 4개 포함)를 줄인 끝에 이민우에게 1타차까지 접근했으나 이민우는 침착하게 세 홀을 마무리하며 투어 챔피언 서클에 들어섰다. 폭스는 이 대회 첫날 전담캐디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아내에게 골프백을 맡기고, 연습라운드도 안 해본 코스에서 5언더파를 쳐 화제가 된 선수다. 그는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이민지-이민우처럼 남매가 프로골퍼인 경우는 더러 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0위 렉시 톰슨은 그의 오빠 니콜라스 톰슨이 미국PGA투어 멤버다. 국내에서는 윤슬아-윤정호 남매가 프로골퍼로 활약중이다.
빅오픈은 남녀 대회를 동시에 치른다. 1,2라운드에서는 남녀 선수들이 비치코스와 크릭코스(남자는 파72, 여자는 파73)를 번갈아가며 앞뒤로 플레이했다. 3라운드에서 이민우와 이민지는 바로 앞뒤조로 경기를 벌였다. 2라운드 후 1차커트를, 3라운드 후 2차커트를 한 것도 특이하다. 최종일 첫 조는 여자선수 1명과 남자선수 2명이 함께 편성돼 혼성플레이를 했다.
이민지는 합계 6언더파 283타로 여자대회 공동 6위를 차지했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