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신경분리 감사 진두지휘 인물, 농협금융 이해 높아
중앙회 중심의 지배구조 강조, 농협금융 위상 영향 불가피
김 회장 4월말 연임 유력하나, 이 회장의 의중 따라 연임 변수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농협 개혁에 따른 농협금융지주 영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4월 말 예정된 농협금융회장 선임에서 현 김광수 회장이 연임할지도 관심사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의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산하 28개 계열사와 230만 농민을 대표하는 자리로 의미가 크다. 계열사들에 대한 인사권·예산권·감사권 등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왼쪽)과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스핌DB] 2020.02.03 bjgchina@newspim.com |
이 회장은 농협에만 45년간 몸담으면서 3차례 조합장을 지낸 실무형 인재로 꼽힌다. 특히 중앙회 감사위원으로 7년간 근무하면서, 2012년 농협금융지주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감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농협! 새롭게 바꾸겠습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당선 전부터 "경제사업은 적자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금융사업 또한 저금리 영향으로 수익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회장이 첫 번째로 내건 공약은 '조합장 중심으로 지주/자회사 지배구조 개혁'이다. 이사회 구성원 중 2/3 이상을 조합장이 참여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겠다는 것.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며, 조합장들의 권한을 강화해 중앙회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농협금융의 인사는 물론, 앞으로의 실적관리와 배당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는 4월 28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신임 이 회장의 의중이 농협금융 회장 선임에 주는 영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회장은 2018년 4월 임기를 시작해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렸다. 2017년 1조525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이익은 2018년 1조4047억원으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538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안팎에서 김 회장의 연임에도 힘이 실리던 상황이다. 전임인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도 2년 임기가 끝난 뒤 1년 더 연임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3월부터 시작될 농협금융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이 회장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모두 6명으로 꾸려지는 임추위원은 손병환 농협금융 부사장과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비상임이사 1명은 현재 공석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신임 이 회장은 2012년 신경분리 당시 감사까지 하신 만큼 농협금융 독자성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라면서도 "반면 중앙회 개혁을 강조한 만큼 일정 수준 영향력도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을 능가하는 상호금융 육성' 공약도 주목해야 한다. 이 회장은 4일 취임사에서 "상호금융에 전문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해 은행을 능가하는 제일의 금융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의 자회사인 반면, 상호금융은 농협중앙회 소속으로 모두 1100개 개별법인이 모여있다. 상호금융의 여신·수신 규모는 농협은행보다 더 크지만 상품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금리가 높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신협·수협이 경쟁 대상이 아니듯 농협은행과 상호금융도 경쟁 관계는 아니다. 오히려 전산망을 같이 쓰고 해외투자 사업을 같이 발굴하는 만큼, 둘의 공동발전을 염두에 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농협 개혁이 농협금융 수익성 미치는 영향도 지켜봐야 한다. 또 다른 공약인 농협인 월급제 및 복지향상, 유통혁신 개혁 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따라 농협금융의 현금배당액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2017년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으나, 김 회장 취임 후인 2018년에는 600억원을 배당했다. 올해 농협중앙회로 들어올 2019년 배당액을 놓고 중앙회와 농협금융 실무자들이 현재 논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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