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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마스크 써도 걱정"…중국인 빠져나간 매장엔 불안한 직원들만

기사입력 : 2020년01월29일 18:16

최종수정 : 2020년01월29일 18:1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빠른 속도 확산
매장 직원들 마스크 착용에도 불안 호소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명동 거리가 이렇게 썰렁한 건 처음 봐요. 혹시나 감염될까봐 분주히 지나는 중국 손님들의 손을 잡아끌기도 조심스럽습니다."

29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 평소라면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1층 매장이 이날은 썰렁했다. 마스크를 낀 중국인 관광객 4~5명만이 화장품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눈에 띄게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낀 백화점 직원들은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웃으며 고객을 응대하는 대신 마스크를 낀 채 굳은 표정으로 매장 물건을 정리 중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이정화 기자] 2020.01.29 clean@newspim.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든 풍경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내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명절 직후 붐비던 백화점, 은행 등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인들의 인기 관광지인 서울 명동은 '기피 장소'로 꼽히면서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직원들의 불안함은 여전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하루에 수많은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썼지만 불특정 다수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해야 해 혹시나 하는 불안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직원 이모(25) 씨는 "평일에는 주말과 비교해 비교적 한산한 편이지만, 오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더 조용한 것 같다"며 "본사에서 마스크 착용 지침이 내려와서 마스크를 낀 채 일하고 있는데, 각막으로도 옮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명동거리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지하도를 건너거나 목적지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명동 쇼핑센터 18번 출구 앞은 너른 바닥이 두드러질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줄었다.

평소에 여러 장의 마스크 팩을 손에 들고 중국어로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하던 상인들의 목소리도 자취를 감췄다. 빨간 점퍼를 입은 한 화장품 판매직원은 마스크를 낀 채 바쁘게 걸음을 옮기던 사람에게 손을 뻗어 마스크 팩을 전달하려다 이내 힘없이 팔을 거둬들였다.

매장 앞에 여러 명씩 나와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들도 대부분 보이지 않았다. 화장품 매장 앞에 띄엄띄엄 서 있던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한동안 말없이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혹시나 감염 우려에 분주히 지나는 중국 손님들의 손을 잡아끌기도 조심스럽다"는 게 판매직원 박모(27)씨의 말이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평소라면 붐볐어야 할 명동의 한 백화점의 모습. [사진=이정화 기자] 2020.01.29 clean@newspim.com

명동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장소에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 들뜬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던 예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미아사거리역에 위치한 백화점 1층 역시 매장을 오가는 고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적했다. 화장품 판매장에서 근무하는 한모(42) 씨는 "설 직후엔 설 때 받은 상품권이나 세뱃돈을 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통 백화점이 붐비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지 눈에 띄게 방문고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평소 설 직후면 세뱃돈으로 신발을 사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붐비던 5층 아웃도어매장에도 물건을 사려는 고객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설 연휴 직후면 세뱃돈을 입금하기 위해 사람들로 붐비던 은행도 전에 없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성북구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최모(30) 씨는 "지난해 이맘때쯤엔 객장 좌석을 다 채우고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지 눈에 띄게 방문 고객이 줄었다"며 "최근 지점에서 인사이동이 있어 환영 회식이 잡혀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쇼핑센터 내 대형 화장품 판매점은 최근 마스크 수요가 늘면서 마스크 진열대만 텅 비어 있었다. 화장품 판매장에서 일하는 김모(26) 씨는 "일회용 마스크는 모두 팔리고 면 마스크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하면서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3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명동의 한 화장품판매점. [사진=이정화 기자] 2020.01.29 clean@newspim.com

국내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의 불안감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도봉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김모(28) 씨는 "마스크를 끼면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마스크 끼기가 망설여진다"며 "동네 특성상 중국인들이 하루에 10여명 가량 오는데 두 돌 된 아기를 키우고 있어 걱정이 더 크다"며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강동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민원인들이 요청하는 각종 서류 발급 업무를 하고 있다. 이씨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면서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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