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1단계 무역 합의안에 공식 서명한 미국과 중국의 다음 전쟁터는 전기 자동차 시장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눈부신 경제 발전 속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글로벌 메이저를 누르지 못한 중국이 전기차 시장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
창청(長城)자동차의 신에너지차 브랜드 어우라(歐拉)의 소형 전기차 모델 RI [사진=로이터 뉴스핌] |
천문학적인 투자를 앞세워 중국이 제품을 쏟아낼 경우 해외 브랜드가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등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WP)는 전기차 시장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를 필두로 폭스바겐을 포함한 유럽 자동차 업체까지 글로벌 메이저들이 중국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 번지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쏟은 투자 규모는 최소 600억달러에 이른다.
전기차 연구 개발(R&D)과 생산, 배터리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에 각종 세제 혜택까지 중국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텐센트를 포함한 중국 IT 공룡들도 전기차 업체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이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지 자동차 업체와 IT 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400여개에 이른다.
SAIC 모터(상하이 자동차)와 바이톤, WM 모터 등 주요 업체들이 해외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의 상하이 매장 맞은편에는 토종 업체 니오의 대규모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업체는 지난해 2만대의 전기차 판매 기록을 세웠다.
미국과 유럽의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자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까지 잠식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뿐 아니라 중국산 배터리가 수 년 이내로 전세계 업체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무엇보다 자동차 메이저들은 중국의 전기차 과잉 생산으로 인해 해외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CSIS의 스콧 케네디 중국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본격화되면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전세계 자동차 업계 전반에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첨단 IT와 통상 시스템을 정조준한 2단계 무역 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전기차 야심에 미국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