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이란의 첫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13일 NHK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 선수는 "위선과 거짓, 부정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며 이란 당국을 비판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란의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21)는 지난 9일(현지시각) 이란에서 네덜란드로 출국해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
알리자데 선수는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종목(57㎏)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이란의 첫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영국 BBC방송에 선정하는 '2019년 100인의 여성'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교를 국교로 믿는 신정일치 국가로 여성인권 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키미아 알리자데 선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심경을 남겼다. [사진=인스타그램] |
알리자데 선수는 11일 자신의 SNS에서 "나는 위선과 거짓, 부정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과 고난이 있는 길을 선택했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역사를 만든 사람이나 영웅이 아니며 이란에서 억압받고 있는 수백만명의 여성 선수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알리자데 선수는 이란에서 여성에게 착용 의무가 있는 히잡에 대해 "(이란 정부가) 입으라고 하는 것을 입었고 말하라고 하는 것을 그대로 반복해 말했다"며 "그들에게 있어서 선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알리자데 선수는 또한 이란 정부 관계자가 자신에게 "여자가 다리를 뻗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발언으로 모욕했다며 "메달만이 중요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정권 홍보에 알리자데의 성공을 이용했지만 정작 그에 걸맞는 존중은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리자데 선수는 이어 이란 국민들에게 "나는 어디에 있든 이란의 딸이다"라면서 "모두에게 용기를 보낸다"고 말했다.
알리자데의 망명 시도는 이란 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란 정치인 압돌카림 호세인자데는 "이란의 인적자원을 도망가게 만든 이란 당국 관계자들"이라며 비난했다.
미국 국무성 관계자는 CNN 취재에서 알리다제 선수의 망명과 관련해 "이란이 여성 인권을 지지해야 한다는 점을 배우지 않는 한 앞으로 계속해서 강한 여성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의 ISNA통신은 알리자데 선수가 이란 외의 국가대표로서 도쿄올림픽 출장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 [사진=키미아알리자데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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