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공급 줄어들어 부동산 시장 안정에 역행, 지방부터 피해"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주도의 부동산 투자인 부동산IB와 공모리츠에 대해 전혀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민 경제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인데, 증권업계에서는 시장경제가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에 이어 지난 7일 투자은행(IB) 신용공여 대상인 중소기업 범위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혁신기업 발굴과 자본시장 발전을 선도해나가야할 IB 영업이 벤처·중소기업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0.01.07 mironj19@newspim.com |
반면 자본시장 주도의 부동산 간접투자인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전문뮤추얼펀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당국은 지난해 9월 공모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세율 인하(14%→9%)와 분리과세 등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IB를 막아 부동산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에 금융당국도 발맞춰 자본시장에서 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책을 찾아낸 것이란 것. 국내 혁신산업과 벤처·중소기업이 부동산금융에 몰리던 자금을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증권업계는 대체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한편 공모리츠를 권장하는것은 부동산 직접투자 수요를 간접투자로 돌려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의중이 깔려있다. 물론 국민의 소득 안정을 위해 그간 기관과 거래 규모가 큰 개인 중심의 리츠 시장을 적은 투자금액의 일반 투자자에게도 돌리겠다는 의지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런 규제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간 증권사 부동산금융은 수요를 자극하기보다 공급확대로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데 일조했단 것이다. 증권사의 대출이 막히면 자금값이 높아져 조달 금융비용이 높아지고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것. 이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가고 지식산업센터나 물류센터 등 정부 주도의 인프라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증권사만이 할 수 있는 매입확약(팔리지 않은 주택에 대한 매입 약속)이나 신용보강(자산 가치가 확실치 않거나 자산보유자의 신용도가 낮을 경우 보증보험, 초과담보 등의 방법으로 신용을 보강하는 절차) 등이 막히면 시공사에서 사업 자체를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금융을 틀어쥐면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는 지역에 따라 신용도가 크게 달라지는데, 증권사를 통한 대출이 막히면 지방부터 충격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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