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군 사령관 사살은 북한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여겨질 수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억지력이 국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이란 표적사살은 김정은의 가장 큰 두려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주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살은 미국이 믿을 만한 핵 억지력이 없는 국가들에 대해서만 그런 공격을 한다는 북한의 시각을 강화한다"며 "구체적으로는 트럼프의 표적 선정이 고위 관리였고 은밀한 드론 공격이었다는 점은 향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공격도 최고위가 표적이 되지 않을까란 우려를 정권에 심어준다"고 분석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 소식은 북한과 미국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이고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새로운 전략 무기를 언급,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의 종식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소식이 북한에게 경고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의 컨설팅 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아시아 리스크 분석가 미하 흐리베르니크는 "이번 공격은 이란이 결여한 핵 억지력이 김정은의 물리적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평양의 믿음을 확고히 한다"며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 간부들도 이론적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의 이란 표적 공격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서 미국의 이라크 바그다드 공격을 규탄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미국이 어떤 공격을 단행했는지는 전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 전문 매체 NK프로 뉴스의 선임 애널리스트 레이첼 리는 "북한 매체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고 이란의 반응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얼마나 이번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평소 이란 정부에 동조하고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미국 정책을 규탄하는 보도를 내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란 설명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에 아랑곳 않고 공개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조중통은 7일 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수주 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대조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