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새해 업무 시작 첫날인 2일 추미애 법무장관을 임명한 데 이어 신년 합동인사회에서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제도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추 장관에게는 임명장을 주면서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며 "검찰 개혁 작업을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名醫)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며 검찰의 수사행태를 꼬집었다. 또 "다시 없을 개혁의 기회가 무망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통령의 주문에 화답했다. 이로써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함께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인사권 행사를 통한 조직 물갈이로 윤석렬 검찰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상당하다. 무엇보다 개혁의 당사자인 윤석렬 검찰총장도 검찰 개혁이나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법의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정치권, 법조계, 학계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검찰·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공직자 범죄를 인지할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혐의 수준의 사안마저 공수처에 사전 통보하면 관련 정보가 살아있는 권력집단에 흘러 들어가고, 결국 수사가 흐지부지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조국 일가 불법행위와 감찰 무마, 울산시장에 대한 선거 개입 등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이 벌이고 있는 작금의 반발과 비협조를 감안하면 충분히 예견되는 사태다. 이래서는 아무리 검찰 개혁이라고 주장해도 검찰 손보기, 내 식사 봐주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문 대통령과 여권의 공격을 받고 있는 윤 총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라며 헌법 정신을 언급했다. 이어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검찰총장으로서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 모두 '헌법'을 내세우고 있다.
추미애 신임 법무장관의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가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는 추 장관 임명에 앞서 승진을 앞두고 있는 검찰 고위급 150여명에 대해 세평(世評)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검찰 고위직 승진 인사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해 7월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인사를 단행하는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과 인사를 협의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고 말해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이래서 '보복인사'라거나 '줄세우기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도 조국 일가 수사, 여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등 현 정부에 타격을 줄수 있는 수사에 참여한 검찰 라인을 대거 교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 정부 실세들이 얽혀있는 수사를 방해하는 인사라면 검찰 개혁의 명분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오얏 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 참외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있다. 설혹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경구다. 그런데도 현 정부 실세들이 얽혀있는 수사팀 교체는 아무리 검찰 개혁이라고 외쳐도 '검찰 손보기'와 '우리편 봐주기'로 비난받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