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정감에 여경 선발...역대 두 번째
'경찰의 꽃' 총경 승진에 여경 9명, 사상 최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최근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여성경찰관(여경)이 대거 약진하면서 남성 중심의 경찰 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여경들은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유리천장에 드디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23일 치안정감, 치안감을 시작으로 경무관, 총경 등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인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2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4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21 mironj19@newspim.com |
이번 고위직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경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먼저 이은정 경찰대학장은 지난 2013년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던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밑 계급으로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뒤를 이을 잠재적 후보군이다.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에는 최숙희 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등 여경 9명이 이름을 올리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번 고위직 인사를 지켜본 여경들은 "마초 문화가 만연한 경찰 조직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겨낸 의미 있는 결실",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장급 여경은 "이번 승진 내정자에 포함된 여경 선배님들과 개별적인 친분은 없지만 승진 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기뻤다"며 "남성이 많은 조직 특성상 여경은 승진에 한계가 있다는 게 조직 내부의 통설이었는데 갈수록 여경의 승진이 눈에 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사급 여경은 "순경으로 근무했을 당시 남자 선배님들이 여경을 귀찮은 존재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분위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만 여경들이 꾸준히 고위직으로 진출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간다면 여경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경장급 여경은 "이번 인사에 여경이 많이 포함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정권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며 "여경에 대한 지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정권에 따라 여경 승진이 들쭉날쭉 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승진 인사 외에도 2023년부터 순경 공채 시 남녀 통합모집을 실시해 여경 비율을 꾸준히 늘릴 방침이다. 2022년까지는 전체 경찰 중 여경 비율을 15%, 경감급 이상 간부 비율을 7%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대상 치안 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성별 균형인사를 위해 이번 총경 인사에서 여경을 역대 최대 규모로 선발했다"며 "향후 5년은 경찰이 본격적으로 성 평등 정책을 펼쳐 나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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