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시 기업 사정·산업적 특성 반영키로
기계적 적용 대신 사안별로 능동적 판단
위법행위에 대해선 "법률판단 대신 기업가치 훼손 여부 중요"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관련 재계 의견을 수렴해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예외조항을 일부 추가했다고 밝혔다.
박능후 장관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존 제안된 안건에서 회의를 통해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며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되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자료를 보고있다. 이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가이드라인 재논의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있다. 2019.12.27 pangbin@newspim.com |
이날 심의·의결된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안)'은 지난해 7월 도입된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의 후속조치로,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절차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중점관리사안'과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으로 나눠지며, 중점관리사안 중 공개 중점관리사안의 경우 배당정책 수립과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횡령 및 배임 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 침해 사안이 발생한 기업이 선정된다.
중점관리사안에 포함되면 비공개로 최대 1년간 해당기업과 대화를 진행하며, 개선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해 추가 대화를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해 공개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거나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활동에 나서게 된다.
박 장관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주주제안의 경우에도 필요하다면 개별 기업의 사정 등을 반영해 제안이 철회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보다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재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강조했다.
다음의 박능후 장관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오늘 회의 결과 내용이 궁금하다.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대한 안건은 대부분 원안대로 가결됐다. 다만 적극적 주주권행사는 기존 제안대로 하외 기업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주주제안 경우에도 필요시 개별 기업의 사정 등을 반영해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포함됐다. 완벽하진 않지만 적극적인 설명을 통해 시장의 여러 우려를 덜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향후 시행 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내용을 수정해 나가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업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경영계 불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구체적인 주주권행사 지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재계도 대체로 수긍했다. 그분들이 지적한 부분은 몇몇 불확실성과 관련해 불필요한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세부항목을 보다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기금위도 이 부분에 대해선 재계의 의견 수용했다. 다만 지난 1년간 주주권행사를 논의한 만큼 지금 단계에선 일단 마무리짓고 시행 후 개선할 점에 대해 적극 상의하자는 걸로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당장 오늘 이후부터 주주권행사 관련 지침과 관련해 재계에 소상하게 논의하고 설명해 나갈 계획이다.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철회할 수 있는 '산업적 특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주주제안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프로세스상 중점 공개대상으로 선정되면 일단 대회를 시도하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주주제안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주주제안에 들어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해당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악영향이 클 경우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단 것. 당장 구체적인 사례를 들긴 어렵다. 이 역시 재계가 요구한 내용이고 기금위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위법행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주주권행사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 부분도 오늘 논의됐다. 하지만 재판 진행과 주주권행사는 별개라는게 위원들의 생각이다. 기업이 어떤 법률위반행위를 했을 경우 통상 3심까지 확정된 이후 법률적 조치에 들어간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판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사안 때문에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다고 판단하면 그 자체만으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2심인지, 3심인지는 고려 사항 아니다. 불법행위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거나 실제 훼손 여부가 주주권행사의 기준이 되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여전히 용어상 모호성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신속한 주주제안을 원하는 쪽에서는 개별 기업의 특징이나 여건,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주주제안한다는 항목 자체가 후퇴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조항이 들어감으로써 구체적인 사례는 각 사안별로 기금위나 수탁자 전문 위원회 등이 개별적인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 기계적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산업의 전체적 특성이나 위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재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주주제안 철회 여부는 누가 결정하나.
▲각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위가 결정한다. 기금위가 직접 처리할 수도 있고, 각 단계별 전문위원회, 본위원회에서도 처리하게 된다.
-투명성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향후 계획은.
▲상근 전문위원을 둔다는 것은 관할 전문위원회를 담당하면서 전문적인 역할도 수행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만 초빙하게 될 것.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면 전문위원들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사회책임투자(ESG) 평가등급이 주주권행사에 적용되는데, 정작 해당 기업은 그 기준을 알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ESG 등급을 받았을 때 세부내용은 물론 왜 그 등급을 받았는지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한 지적이다. ESG 평가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를 반영한 중점관리대상 편입 역시 당장 적용하지 않고 2021년 이후 시행할 방침. 준비과정을 통해 기업들이 어떻게 등급을 받고 이에 대해 수정·방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