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미군 비행장을 오키나와(沖縄)현 헤노코(辺野古)로 이전하려는 계획과 관련한 공사비 시산과 기간을 재검토해 2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사비는 기존 상정액수의 약 2.7배인 9300억엔 이상, 기간은 8년에서 12년으로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시점에서 공사비에 대해 "적어도 3500억엔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는 (공사비 시산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1조엔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군기지 이전을 앞두고 매립 공사가 진행 중인 오키나와현 헤노코(辺野古) 부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방위성은 이날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검토회에 이같은 재검토 결과를 제출했다. 일본 정부가 연약지반 개량공사를 포함한 총 공사비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헤노코 매립공사 관련 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매립지 인근에 연약지반이 넓게 분포돼있다는 사실이 판명되면서, 지반을 개량하기 위한 공사비가 추가됐다. 이에 2013년 시점 2310억엔이던 매립공사 비용은 이번 시산에선 약 7225억엔으로 늘어났다.
매립공사를 포함한 공사기간은 9년 3개월로,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헤노코로 이전하는 기간까지 포함해 사업 완료기간은 약 12년으로 시산됐다. 2013년 당시 일본 정부가 계산했던 기간은 8년으로 이르면 2022년도에 후텐마 비행장 반환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환은 빨라도 2030년대 초반이 됐다.
하지만 오키나와현이 연약지반 대책을 포함한 공사 설계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완료 시점은 더욱 늦어지게 될 전망이다. 앞서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오키나와현 지사는 일본 정부의 변경 신청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문은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국가가 시산한 공사기간은 현이 설계변경을 인정한 시점에서부터 계산한 것"이라며 "공사기간이 늘어난다면 공사비가 늘어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종적으로 총 공사비는 1조엔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 비행장 이전 찬성파는 낙담·반대파는 분노
일본 정부의 발표에 오키나와현 주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후텐마 비행장 인근에 거주하는 야마시로 겐에이(山城賢栄·81)씨는 이전 계획이 2030년 이후로 미뤄진다는 얘기에 "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일본 정부는 후텐마 이전은 "2022년도 혹은 그 이후 반환"이라고 밝혀왔다.
야마시로씨는 후텐마 비행장으로 인한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원고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당초 헤노코 이전에 대해 "오키나와에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1년전 헤노코 토사 투입 공사가 시작된 이후엔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전 용인으로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날 공사기간과 반환 시점의 대폭 연장을 발표했다. 그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후텐마 비행장의 위험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던 주민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자영업자라고 밝힌 한 여성(44)은 아사히신문 취재에 "정부가 그동안 안이하게 (공사비를) 전망해왔다고 인정한 것이니 공사를 중지해야만 한다"며 "이 이상 오키나와에 부담을 강요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매일 헤노코 인근 미군의 캠프 슈와브 앞에서 항의해 온 나고시 주민(65)은 "모두가 일해서 내는 소중한 세금을 공사 기간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한 공사에 물 쓰듯이 쓰고 있는 것"이라며 "공사 기간이 (이번에 발표한) 12년으로 끝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했다.
신문에 따르면 캠프 슈와브 앞에는 이 날도 시민 약 70여명이 기동대원들에게 둘러싸이듯 앉아 헤노코 공사에 대해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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