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한중일 간 입장 차이가 선명해지고 있다고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일본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제재 완화와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게도 제재 완화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문은 "한중일 3개국의 발걸음이 엇갈리면 북한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청두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24일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쪽부터), 리커창(李克強)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외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9.12.26 goldendog@newspim.com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리커창(李克強) 중국 총리는 전날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오찬에서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에 일치했다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같은 날 오찬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연대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북한 문제는 24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테마로 다뤄졌다.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기한은 2019년 말까지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군사 도발을 재개할 생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이날 열린 한중일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3개국의 공통 목표"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3개국은 강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비핵화가 한중일의 공통 목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비핵화에 이르는 과정에선 한중일 간에 차이가 두드러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UN 안보리에 제출했던 북한 제재 완화안에 지지해주길 바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같이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완화안은 자국에 있는 북한 노동자를 본국에 송환한다는 의무를 없앤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를 해외로 보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또한 한미일,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 구성된 '6자회담' 부활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현 시점에서 대북 제재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부 부장관은 회담 후 기자단에 "제재완화는 시기상조"라며 "일본의 입장이 흔들리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6자회담에도 부정적이다. 우선은 일본인 납치문제 때문이다. 일본은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는 북핵·미사일 문제만 우선돼, 정작 일본에 중요한 납치문제는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6자회담을 부활시킬 경우 중국과 러시아도 비핵화 교섭의 당사자가 된다는 점도 일본은 우려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이 비핵화 교섭을 움켜쥐고 있지만 여기에 중러가 참여한다면 대북제재 완화 압력은 지금보다 강해지게 된다.
중국은 현재도 공산당 계열 미디어를 통해 "북한이 2년 가까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고 있으니 대가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과거 6자회담서 의장국을 맡은 적도 있어 북한의 '뒷배'가 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현재 한국에도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입장과 이익이 겹친다"며 "한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걸 지지한다"고 말해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완화안에 동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중국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응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개역'을 맡아왔지만, 북미 협의가 정체되면서 현재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중국과의 협의를 새로운 외교루트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북미교섭은 정체상태를 벗어날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어떤 서프라이즈일지 잘 생각해서 대처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신문은 "북미교섭이 정체돼 한중일 사이에 틈이 생긴다면 북한이 의도한대로 비핵화 문제가 진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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