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이트, SNS 등에 온라인 암표 판매 글 넘쳐나
경찰 "추적 가능...연말연시 불법행위 하지 말아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콘서트 등 공연 티켓을 판매한다는 온라인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와 수사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단속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인터넷 중고판매 사이트와 SNS 등에서 '티켓 양도', '콘서트 티켓' 등을 검색하니 각종 공연 티켓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게시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온라인 암표상들. 유명 공연 티켓 가격에 웃돈을 얹어 팔아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온라인 암표 판매글. [사진=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2019.12.23 |
인기 아이돌 그룹인 엑소의 연말 콘서트 스탠딩석·지정석 정가는 모두 12만1000원이다. 그러나 한 암표 판매자는 좌석별로 세분화해 28만원부터 50만원까지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 "곧 가격 상승 예정"이라며 구매를 부추기는 모습이었다.
올해 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년층의 인기를 끌고 있는 '미스트롯' 출연자들의 공연도 사정은 비슷했다. '내일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수원 공연의 경우 정가가 12만1000원임에도, VIP석 2석에 32만5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다른 판매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를 책정해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유명 외국 가수들의 내한공연도 암표상들의 주요 타깃이다. 내년 1월 열리는 영국의 록그룹 퀸의 내한공연 스탠딩 R석 정가는 16만5000원이지만, 암표상들은 한 석에 23만원, 두 석에 40만원수준으로 가격을 뻥튀기 해 판매 중이었다.
판매자들은 대부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전화 등을 통해 개인적인 연락을 요구하는 형태였다. 이들은 여러 종류의 공연 티켓 판매 글을 연달아 올리는가 하면, 다양한 좌석의 가격표를 붙여놓고 대규모로 티켓을 판매하는 뻔뻔함도 보였다.
대리 티켓팅을 해주겠다며 선입금과 수고비를 요구하는 게시글도 성행했다. 이들은 이미 수차례 공연 티켓팅에 성공한 점을 강조하며 신뢰도를 홍보했다. 다른 이용자들이 "암표거래는 범죄행위다"라는 댓글을 달며 지적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현행법상 현장 암표 판매 행위는 경범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온라인 암표 판매는 마땅한 규정이 없어 법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이들의 처벌 규정을 담은 '공연법 개정안' 등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여전히 처리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은 온라인 암표 판매 행위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 10월 업무협약을 맺은 뒤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1월에는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암표 판매 조직 20여명을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적발하면서 온라인 암표상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마련된 상태다.
문체부와 경찰청은 대중음악과 공연분야의 경우 내년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예술 종합정보시스템에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을 개설하기로 했다. 경찰은 게시판에 접수된 신고 사례와 자체 수사를 통해 온라인 암표 근절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사이트에서 개인 간 거래를 하고 기록을 삭제했더라도 티켓 판매처에는 다 기록이 남기 때문에 충분히 추적이 가능하다"라며 "티켓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연말연시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