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 도입·청년일자리 창출·노동시장 양극화 완화가 선결요인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65세 정년연장 논의가 성급하다는 주장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60세 정년연장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부작용 해소를 위해 기업의 고용유지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발표한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으로 조기퇴직자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대외적 불확실성, 내수침체 등 경기적 요인도 있지만 정년연장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60세 정년 시행 이전 4년간(2012~2015년) 연평균 37만1000명이었던 조기퇴직자가 60세 정년 시행 이후(2016~2019년) 연평균 51만40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2012~2019년 조기퇴직자 및 정년퇴직자 추이 [자료=통계청] 2019.12.11 nanana@newspim.com |
반면 정년퇴직자는 2012년 27만200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60세 정년이 시행된 2016년 35만5000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35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근속연수에 따라 상승하는 임금체계가 보편적이어서 정년연장으로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근로자가 증가해 비용부담이 높아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 중 61.1%는 호봉급, 34.2%는 직능급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공성이 있는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300인 이상 기업 중 54.8%에 그쳤다.
한경연은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직무급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유사한 임금체계를 가졌던 일본이 임금연공성 완화를 위해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지고 조치를 한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86년 정년을 폐지한 미국은 채용과 해고가 비교적 용이하고, 직무급 임금체계가 보편적이어서 고령층의 고용연장에 따른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적었다.
일본은 1998년 60세 정년 시행 이후 8년 뒤인 2006년 65세 정년 관련 '단계적 고용확보조치'를 시행했다.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직무·역할급을 도입해 1999년 상장기업 비관리직의 17.7%에서 2007년 56.7%까지 도입대상을 늘렸다. 일본의 임금연공성(근속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배율)은 2001년 2.81배에서 2007년 2.57배로 낮아져 '단계적 고용확보조치'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규제완화,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기업 정규직의 급격한 임금인상 자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여 60세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장기적으로 정년연장이 필요하지만, 성급한 정년연장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2017년 전 사업장에 도입된 60세 정년연장의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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