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전문가 "동창리 발사장은 액체 연료 시험했던 곳"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군은 북한의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된 '대단히 중대한 시험'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액체연료 시험이라고 판단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10일 "(동창리 발사장은) 주로 액체연료 시험이 이뤄졌던 곳"이라며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액체연료 시험으로 추정되는 시험을 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3월 18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했다. [사진=노동신문] |
앞서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진행한 시험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북한이 진행한 '중대 시험'이 무엇인지를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당초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용 고체연료 시험을 진행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미 북한이 2017년 3월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고출력 엔진인 백두 엔진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는 점, 액체 엔진을 기반으로 한 ICBM은 미국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점, 세계적인 추세가 액체 연료에서 고체 연료로 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액체연료보다는 고체연료 시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이 지난 7일 오후 2시 25분과 8일 오전 11시 25분 촬영한 동창리 발사장 일대 사진을 공개했다. 2019.12.09 heogo@newspim.com |
그러나 지난 9일 상업위성 사진이 공개된 뒤에는 고체연료보다는 액체연료 시험쪽으로 쏠렸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이 지난 7일 오후 2시 25분과 8일 오전 11시 25분 촬영한 동창리 발사장 일대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장소가 주로 액체연료 시험이 진행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상업위성 사진을 토대로 북한의 중대 시험은 액체연료 시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는 시험 방법 자체가 다르고 하는 장소도 다르다. 가령 액체연료는 수직상태로, 고체연료는 수평상태로 시험을 한다.
특히 북한은 함흥에 고체엔진을 수평으로 시험하는 시험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액체연료 시험을 하는 동창리 발사장에서 고체엔진 시험을 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액체연료 업그레이드를 위한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군 당국까지 북한이 액체연료 시험을 했을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등 북한의 중대 시험은 ICBM 신형 액체연료 엔진 시험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leehs@newspim.com |
◆ 일각선 '北, 연내 액체연료 시험→연내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도 제기
신종우 "ICBM-위성발사체 엔진 같은 건 사실…연내 발사는 불가능"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7일 당시 시험을 몇 번 진행했는지, 시험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 현재까지는 알려드릴 사항이 제한된다"고 짧게 언급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시험을 계기로 인공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이미 준비 정황까지 포착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연내 위성 발사 가능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17년에도 3월 18일 백두 엔진 연소 실험을 하고 4일 뒤에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ICBM에는 같은 엔진이 쓰인다. 즉, 북한이 이번 시험을 토대로 향후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척 하면서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일각의 주장처럼 연내 발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물론 ICBM은 탄두가 떨어지는 과정과 재진입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인공위성 발사체나 ICBM이나 엔진이 똑같기 때문에 사실상 다를 바 없기는 하다"며 "동창리(발사장)에서 인공위성 발사 준비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신 위원은 이어 "하지만 지난 7일에 엔진 시험을 하고 연내 인공위성을 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광명성-5호 같은 정찰위성을 북한이 쏘기 위해선 평양 산음동 기지 등에서 기차로 동창리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북한이 '인공위성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주장하려면 실제로 우주 공간에 위성을 띄워놓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렇게 보면 연내 발사는 더욱 불가능하다"며 "인공위성 발사를 한다면 연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