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 진보 언론인 가디언이 오해와 오판으로 인해 북미 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비(非)핵보유국 지위를 재검토할 이유가 충분해졌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폭풍 전야의 핵 위기' 제하의 사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동맹 파기 위협이 동시에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비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뉴스핌]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 photo@newspim.com |
한국이 비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는 근거는 북한의 핵 위협이 줄어들 수 있고 미국이 어떻게든 한국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인데 현재 두 가지 믿음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더욱 잦아지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를 증액하라며 동맹 균열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좀 더 거시적으로 보자면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핵 기술을 수출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비핵보유국들의 지위가 전반적으로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또한 최근 북미 간 긴장 고조에 주목하며 양측의 오해와 오판으로 누구도 원치 않는 핵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맞물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엔진 연소 실험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가디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장정까지 북한의 최근 말과 행동은 모두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라 분석하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다시금 '로켓맨'이라 부르며 "필요하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해 긴장을 고조시키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 모든 상황이 '화염과 분노'를 부르짖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며 돌변했던 시리즈물이 재현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해와 오판에 따른 리스크는 실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반대하지 않을 '다자 간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완전한 일방적 비핵화'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무시하며 북한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었다고 가디언은 비난했다.
가디언은 북한이 다른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과만 담판을 지으려 하며 일종의 긴박함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만큼은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오해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테스트를 도발로 간주하지 않는 오판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북한은 미국에 양보를 종용하되 분쟁을 유발할 정도의 도발은 하려 하지 않지만, 양측의 오해와 오판에 따른 위험은 현실"이라며 "북한과 미국의 휴전이 끔찍한 상황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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