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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 엿보기] "나쁜 딜 안한다"는 트럼프 발언의 나비효과

기사입력 : 2019년12월04일 14:57

최종수정 : 2020년03월10일 15:11

[서울=뉴스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주가 급락에 떠밀려 원하지 않는 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의 조기 타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장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01%나 급락했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는 전일보다 0.6% 수준 하락 출발한 후 1% 내외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걱정이다. 지난 열흘새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6000억원 가까이 팔았다. 특히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주식만 1조5000억원 이상 매도했다.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경제와 삼성전자의 내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도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매도세를 유지했고, 반도체시장 전망을 어둡게 본 탓인지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4만9000원 까지 밀리기도 했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바로미터이며, 선행지수이기도 하다.

2019.12.04 julyn11@newspim.com

◆ 암울한 각종 경제지표...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든 건 아닌지


올해를 한달도 채 안 남아 발표되는 11월의 각종 경제지표는 내년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음을 보여준다. 올해 성장률 2% 달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2.5~2.6%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4%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2.0%다. 문제는 디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해 졌다는 점이다. 소비자 물가와 수출·입 물가까지 감안한 종합적인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외환위기 와중이던 지난 1999년 2분기의 2.7% 하락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가격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수출제품의 단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GDP 디플레이터가 4분기 연속 하락함으로써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든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나쁘기는 수출도 마찬가지다. 11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3%나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역성장이며, 지난 6월 이후 6개월째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자칫 올해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지난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에다 반도체, 석휴화학 등 주력 제조업의 침체 탓이 크다.

여기에 지난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생산, 소비, 투자가 8개월 만에 동반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도 기록했다. 경기가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 위기를 위기로 알아야 적절한 대책도 나온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일 한국 경제가 올해 바닥을 찍었지만, 회복 속도는 매우 더뎌 2.1%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0%, 내년 2.3%다. S&P는 특히 디플레이션을 경고했다. 한은이 발표한 3분기 GDP디플레이터 하락 파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한국 성장률이 2.0%, 내년 성장률 2.3%라는 한은의 전망을 토대로 한국경제가 2년 연속 2.5% 아래를 나타내는 것은 1954년 이후 반세기 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국 성장률이 0.7%였으나 이듬해 6.5%로 반등했지만, 이번에는 10년 전과 달리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FT의 분석은 아프다.

'반세기 만에 처음'이라는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수출이라는 점에서 "미중 무역협상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오늘 발언의 파장이 우려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1.0%포인트 하락은 한국 경제성장률 0.38%포인트 둔화를 초래한다는 추정치가 있다.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5%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치가 우세한 상황이어서 내년 한국경제의 전망은 더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이 내년에 절반 이상의 한국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경고를 허투루 들을 수 없게 됐다. S&P가 경고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수익 악화, 투자 위축, 고용 축소는 불문가지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여당 어디 에도 한국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안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제는 심리'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 정말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가 올 수도 있다. 우리 경제주체 모두 힘 합쳐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불안감을 떨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을 만한 행동과 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경제위기를 알리는 여러 시그널들을 애써 무시하는 듯 하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해야 그에 맞는 대책도 나온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julyn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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