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PGA투어 시즌 최종전 '무빙 데이'에서 볼 분실 후 "미야자키가 나를 좋아해 볼을 돌려주지 않네"
日 언론, '상금왕 경쟁에서 멀어진 후에도 세계적 선수다운 여유와 유머 지녀' 평가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신지애는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시즌 개막에 앞서 목표를 밝혔다.
그것은 JLPGA투어 첫 상금왕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그는 한·미·일 3개 LPGA투어 상금왕을 다 섭렵하게 된다. 지금까지 3개 LPGA투어에서 모두 상금왕에 오른 선수는 없다.
신지애는 약 한 달전까지만 해도 상금랭킹 1위를 달리며 목표에 다가서는 듯했다. 그러나 시즌 말미에 스즈키 아이(일본)가 3주연속 우승을 하고,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시부노 히나코(일본)도 1승을 추가하면서 상금왕 판도는 변해버렸다.
신지애가 30일 JLPGA 투어챔피언십 리코컵 3라운드에서 퍼트라인을 살피고 있다. 오른 손목 부상으로 2라운드 때에는 그 부위에 테이프를 감고나왔던 신지애는 3라운드에서도 간간이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신지애는 이날 첫 홀에서 나무쪽으로 날아간 볼을 찾지 못하고도 "나무가 나를 좋아해서 볼을 내놓지 않는가보다"고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사진=JLPGA] |
28일 일본 미야자키CC(파72)에서 시작된 시즌 최종전 JLPGA 투어챔피언십 리코컵(우승상금 3000만엔)을 앞두고 상금랭킹은 스즈키가 1위, 신지애가 2위, 시부노가 3위였다. 스즈키와 신지애의 상금액 차이는 약 1500만엔이다.
신지애가 상금왕에 오르려면 최종전에서 적어도 2위를 한 후 경쟁선수들의 성적을 따져봐야 할 판이 됐다. 요컨대 신지애 자력으로는 상금왕이 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2015년과 2018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신지애인지라, 상금왕 역전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75타를 치고 공동 26위를 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 70타로 선전했으나 공동 17위에 머물렀다. 2라운드까지 선두와 8타차였다.
그래도 신지애이기에 '무빙 데이'를 주목했다. 신지애는 그러나 3라운드에서 1타(버디3 보기2)를 줄이는데 그쳤다. 3라운드합계 이븐파 216타로, 선두 이보미에게 7타, 2위 배선우에게 5타 뒤졌다. 최종일 역전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신지애가 2위나 우승을 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졌다.
신지애는 3라운드 첫 홀(길이 362야드)을 보기로 시작했다. 무빙 데이의 첫 홀부터 보기를 한 것은 실망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슈퍼 보기 세이브'라고 할만하다.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날아갔다. 두 번째 샷은 볼과 그린 사이에 놓인 나무쪽으로 날아간 후 시야에서 사라졌다. 신지애와 캐디는 그쪽으로 가 필사적으로 볼을 찾았으나 볼을 발견하지 못한 사이 3분이 지나고 말았다. 분실 처리를 해야 했다.
직전 쳤던 지점에서 다시 친 네 번째 샷은 그린 주변 러프에 멈췄다. 홀까지는 약 18야드. 신지애는 그 칩샷을 홀에 넣어버렸다. 5온0퍼트로 보기. "항상 컵을 노린다. 그 샷은 내가 목표한대로 갔다."는 말에서 신지애의 여유가 배어나온다.
신지애는 3라운드 후 기자들과 만나 1번홀 분실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받아 넘겼다.
"나는 미야자키를 좋아한다. 그러나 미야자키는 나를 더 좋아하는 것같다. 1번홀에 있는 저 나무가 내 볼을 돌려주지 않는 것을 보니 나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인가?"
일본 기자들도 '베테랑' 신지애의 유머에 감탄했다. 신지애는 통산 57승(한국 20승, 미국 11승, 일본 22승, 유럽 2승, 아시아 2승)을 기록중이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고 한 때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염원하던 상금왕이 멀어지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을 3라운드 1번홀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만한 재치와 달관이 있을까싶다. 어이없는 분실로 하이 스코어가 불가피해보였던 상황에서도 칩 인 보기로 마무리한 것은 신지애의 진면목이다. JLPGA투어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두고 '슈퍼 세이브'라고 표현했다. 신지애는 한걸음 더 나아가 "혹 내 볼을 찾은 분이 있으면 기꺼이 사인해드리겠다"고도 했다.
신지애는 오른 손목 부상으로 2,3라운드에서 간간이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잡을듯했던 상금왕 경쟁에서 처지고,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 임하는 결기는 우승다툼을 하는 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다.
"최종일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최대한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상금왕이나 최소평균타수상 등 타이틀에 연연하기보다는 한샷한샷 진지한 플레이로써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