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당인사들, 복면 금지법 관련 소송에서 승소
법안 추진한 캐리람 장관 향후 정국 운용에 변수
[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 홍콩 고등법원이 시위대의 마스크 및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캐리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의 긴급법 '1호 법안'이 법원의 제동이 걸리며 향후 정국 운용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람 장관은 지난 10월 4일 위급 시 행정장관에서 광범위한 입법권한을 부여하는 '긴급법'을 통해 의회의 심의 없이 복면 금지법안을 시행한 바 있다.
홍콩 고등법원. [사진=바이두] |
홍콩 매체 홍콩01(香港 01)및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매체에 따르면 18일 홍콩 고등법원은 홍콩 야당 인사 25명이 '복면 금지법이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을 위배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며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복면 금지법은 공공 집회에서 시위자들의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나 복면 착용을 금지한다. 또한 경찰관은 복면을 착용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2만5천 홍콩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은 긴급법에 따라 경찰이 행사하는 권력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면서 이러한 권한은 '불균형적'이라고 판시했다.
야당인사들은 긴급법 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긴급법이 홍콩 행정장관에게 어떠한 제약도 없는 입법권한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장관은 긴급법을 통해 의회 심의 과정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때문에 시민의 대표인 입법회(立法會·의회)가 한순간에 행정부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버린다고 말했다.
긴급법에 의해 제정된 법안의 지위도 문제 삼았다. 일부 법안은 홍콩 의회가 제정한 법률보다도 높은 '상위법'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변호인단은 홍콩 장관이 현행 긴급법을 적용하면 원칙상 사형제도도 부활시킬 수 있다면서 법안의 허술함을 비난했다.
또한 긴급법에 의해 제정된 복면 금지법이 일반 시위에도 적용되는 점도 지적됐다. 법원측은 평화로운 집회·행진에도 마스크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변호인은 긴급법이 사회 질서 및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긴급법이 시행되더라도 기존 홍콩 법률과 조례는 효력이 유지되므로 법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더불어 긴급법을 통한 법안도 사후에 의회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어 야당 인사가 주장하는 '입법기관 우회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위험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행정장관에게 검열, 구금 등 광범위한 분야의 입법권한을 부여한다. 관련 범죄 위반자에게는 행정장관이 최대 종신형까지 처벌 가능하다. 긴급법은 1967년 홍콩 좌익 폭동 이후 발동된 적이 없었다.
지난 7일 기준, 복면 금지법 시행 이후 해당 법 위반 혐의로 남성 247명과 여성 120명이 체포됐다. 이 중 24명이 법정에 섰으며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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