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초콜릿 가격 비싸서 소비자 불만
최근엔 대학 자체 판매 '굿즈' 인기
[서울=뉴스핌] 황선중 윤혜원 기자 = "포장은 거대한데 내용물이 너무 형편 없네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 딸에게 줄 선물을 알아보고 있다는 김모(49) 씨는 서울 시내 한 제과점에 들렀다가 혀를 내둘렀다. 수능 선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의 가격이 내용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느껴서다. 진열된 제품을 살펴보던 김씨는 결국 조용히 매장을 빠져나왔다.
김씨가 집었다가 내려놓은 제품은 합격을 의미하는 찹살떡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찹쌀떡 6개와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초콜릿 8개로 구성됐다. 가격은 2만원이 넘었다. 이마저도 수능을 앞두고 15% 할인된 금액이었다. 이 제과점에서는 수능 시즌인 11월 1일부터 13일까지 수능 선물 관련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12일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 마련된 수능 상품 판매 진열대. 2019.11.12 sunjay@newspim.com |
수능을 하루 앞둔 13일 수험생 선물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각종 제품들이 내용물에 비해 과한 금액에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늘고 있다. 일부 업체가 수능 특수를 노리고 소비자들에게 이른바 '바가지'를 씌운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수능 선물로 꼽히는 '합격사과'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합격사과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합격사과의 가격은 개당 8000원꼴. 표면에 '合格(합격)'이라는 글귀가 적힌 네모난 모양의 사과다. 일반적 시세인 개당 2000~3000원 수준보다 약 3배 높았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유현옥(65) 씨는 "우리 애들은 이제 수능을 보는 나이는 아니지만 나 역시 비싼 찹쌀떡과 엿을 사줬던 기억이 있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기운을 주기 위해 비싸더라도 선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능선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자, 최근엔 서울 일부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수능선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 심리를 감지한 대학에서 학교 로고가 박힌 기념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수험생이 진학을 바라는 대학 로고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선물의 의미도 뜻깊다.
이날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념품점 '스누플렉스(SNUPLEX)'에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능 관련 상품들이 고객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판대에 진열된 초콜릿과 문구세트, 보조배터리, 스마트폰 그립톡 등에는 모두 서울대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가격도 시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기가 많았다. 최고 인기 상품은 서울대 로고가 새겨진 초콜릿이다. 가격은 4구짜리 세트 2500원, 15구짜리 세트 1만3000원이다. 샤프와 형광펜, 수정테이프, 필통, 핫팩 등으로 구성된 문구세트 가격은 8000~9000원이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수능 2~3주 전 고객이 가장 몰린다"며 "올해부터 인기상품인 초콜릿에 선물의 의미를 더 담는 의미에서 서울대 마크가 그려진 포장지로 포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수능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념품점 스누플렉스(SNUPLEX) 가판대에 서울대 로고가 새겨진 초콜릿, 문구류, 인형 등이 진열돼 있다. 2019.11.13 sunjay@newspim.com |
서울대 기념품점을 찾는 고객도 다양하다. 학부모와 친척, 학원 선생님, 친구나 후배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은 수능 한 달 전쯤부터 기념품점에 방문해 '수능 대박'의 염원을 담아 선물을 사갔다.
매년 이맘때면 지인의 자녀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온다는 교내 시설 직원 A(50) 씨는 "항상 초콜릿을 사러 오는데 작년에는 특히 인기가 많아 못 구할 뻔했다"며 "선물을 받은 친구의 딸이 힘 내서 수능 잘 봤으면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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