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인사이동, 재판 효율성·연속성 저해"
"고법부장 자리, 직무대리 발령 통해 충원"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대법원이 2-3년마다 반복되는 판사들의 근무지 이동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법관 선호도가 비교적 낮은 '비경합법원' 장기근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장기근무제가 시행되면 판사들의 잦은 이동에 따른 재판업무의 비효율과 연속성 부족이 사라지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관들이 한 곳에 오래 눌러앉으면서 지역 토착세력과 결부, '지역 사또'와 다름없는 '향판' 위세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4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년 법관인사제도 운영 방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21 leehs@newspim.com |
조 처장은 "현재와 같은 대규모의 잦은 인사는 재판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을 저해한다"며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형성돼 온 원칙과 관행에 따라 전보인사를 단행하더라도 인사 재량이 남아있는 한 인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불식시키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관 전보인사는 2~3년 전국 단위로 이뤄진다. 서울권, 경인권, 지방권을 순환하는 방식이다. 잦은 인사가 재판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판사들의 생활도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인사발령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법관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이 10년으로 상향되는 2026년 이후에는 현재와 같은 전국 단위 전보인사를 유지하기 어렵다. 40대 초중반의 법조인들이 전국 단위로 이사를 하면서 근무를 해야 할 경우 법관 지원을 꺼릴 수 있다.
또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쥐면서 일선 판사들이 윗선의 눈치를 보는 법원 내 관료화 현상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대법원장의 전보인사 권한 축소 방안'을 부의했다. 법관인사분과위원회가 관련 연구·검토를 맡았다.
법원행정처는 법관 인사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으로 '비경합법원 장기근무 제도'를 제시했다. 검토를 위해 2020년 법관 정기인사희망원에 간략한 설문조사가 포함될 예정이다.
조 처장은 "이번 설문을 바탕으로 구체적 내용과 시행 여부 등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며 "그 과정에 법관 의견을 수렴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15년 이른바 '향판'이라고 불렸던 지역법관제도가 폐지된 뒤 만들어진 '지역계속근무법관'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지역계속근무법관은 지방 특정권역에서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법관의 경우 지법부장 신규 보임과 권역 7년 초과 근무 시 권역 외 전보를 실시하는 제도이다.
조 처장은 "비경합법원 장기근무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7년 초과 근무 시 권역 외 전보를 유지할 경우 해당 법관에게 예기치 못한 불이익이 될 우려가 있다"며 "2020년 정기인사에서는 시행을 유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법부장 신규 보임 시 권역 외 전보는 제반 사정상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 밖에 대법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고법 재판장 자리를 고법 판사에 대한 직무대리 발령을 통해 충원하기로 했다.
조 처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가능한 최소한의 고법부장 직무대리 발령을 통해 고법 재판장 공석을 충원할 예정이다"며 "내년 한 해 적극적 설명과 설득을 통해 법원조직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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