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부여한 특례상장사 51곳 중 43곳 영업적자
성장성 미실현 상황 스톡옵션 행사...특례상장제도 신뢰 추락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지난 7월 8일 신라젠은 신현필 전무가 보유 중이던 주식 전량(16만7777주)을 7월 1~5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약 88억원이다.
당시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펙사벡' 무용성 평가(개발 중인 신약의 치료제 가치 여부를 따져 임상시험을 지속할지 판단하는 것)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신라젠 측은 신 전무의 주식 매도가 "펙사벡 임상과 무관하다"고 일축했지만, 임상 3상 중간 발표를 앞두고 나온 스톡옵션 매도 물량은 '임상 결과가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신라젠은 지난 8월 2일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종기 종료를 발표했다. 임상 3상시험 무용성 평가에서 미국 DMC(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임상중단을 권고 받으면서다.
금융감독원이 신라젠처럼 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해 상장한 기업에 성과와 연계한 스톡옵션 부여를 주문했다. 영업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특례상장기업들이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와 행사로 특례상장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금감원이 2015년 1월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기술력·성장성을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에 특례상장(기술평가상장·성장성 특례상장·이익 미실현 상장)한 58곳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및 행사내역을 분석한 결과, 51곳(87.9%)이 임직원 등 총 2240명에게 3928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특례상장기업 51곳의 스톡옵션 행사시점 2019.11.05 rock@newspim.com [자료=금융감독원] |
특례상장사들은 대부분 스톡옵션을 상장 전에 부여(77.6%)해 인재유치 및 임직원 동기부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부여 방법은 신주발행이 92.5%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부여된 스톡옵션 중 43.7%(1716만주)가 행사됐다. 스톡옵션 행사는 상장 이후(91.5%)에 집중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아 행사시점은 대부분 상장 이후에 집중됐다"며 "1곳만이 재직기간별로 행사 가능 수량을 제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수 임원에게 부여 혜택이 집중된 점도 특징이다. 전체 스톡옵션의 51.3%가 임원에게 부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 혜택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소수 임직원에게 집중됐다"며 "최근에는 임상실패 발표 전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각으로 특례상장사와 특례상장제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특례상장사 51곳이 부여한 전체 스톡옵션 중 85.1%(3342만주)가 제약·바이오업종에 집중됐다. 바이오기업들이 상장 직전 대량의 스톡옵션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을 부여한 특례상장사 51곳 중 1곳만이 성과연동형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나머지는 성과와 관계없이 2년 이상 재직기간 요건만 부여했다.
스톡옵션을 부여한 특례상장사 51곳 중 영업이익 실현 기업은 8곳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부여한 특례상장사의 당기손실 규모가 매년 커졌지만, 스톡옵션 행사 규모는 매년 늘었다"며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사의 비용부담이 늘고,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례상장사는 수익성 요건을 면제 받아 기술력과 성장성을 근거로 상장 특례를 적용받지만, 영업적자로 성장성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와 행사로 특례상장제도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며 "성과연동형 스톡옵션 활성화 등 장기 성과보상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회사 설립, 경영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성과급이다. 상장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15%, 벤처기업은 50% 이내에서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 임직원은 주주총회(또는 이사회) 결의일로부터 2년 이상 재직해야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