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미개봉 새상품' 우후죽순
한 개 계정으로 매물 수십 개씩 올라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소규모 판매점들이 온라인 거래를 통한 '무더기 재고처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접근성이 높은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손쉽게 얻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전자담배 전용 중고거래 사이트를 비롯해 온라인 중고시장을 확인한 결과, 소매점들이 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미개봉 전자담배' 매물이 최근 들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매물 대부분은 매장 구매가보다 약 20% 할인된 가격으로 비닐 포장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게시글에는 "미개봉 상품으로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30일 한 전자담배 전용 중고거래 카페에 판매업자의 매물을 단속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이 올라와 있다 [캡쳐=네이버 카페] |
이 같은 미개봉 전자담배 매물은 한 개 계정으로 수십 개씩 올라오는데, 이는 통상 유통업자나 판매업자들이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떨이'로 재고를 처리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다. 해당 매물의 사진 배경에 매장 내부로 추정되는 진열대가 보인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실제로 한 전자담배 전용 중고거래 웹사이트는 최근 소규모 판매점들의 재고 물량이 쏟아지자 "혹시 기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개인이나 업자가 있으면 쪽지나 메일을 통해 해당 판매자의 휴대폰 전화번호와 아이디, 닉네임을 알려달라"며 "새 기기를 중고기기라고 속여 파는 분, 가격을 매장 할인 가격으로 파는 분은 즉각 탈퇴시키겠다"는 내용의 공지사항까지 냈다.
이처럼 정부 조치로 전자담배 판매점들의 재고 물량이 온라인에 대규모 유통되면서 청소년들이 이를 손쉽게 얻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00에서 버블몬 50개 구매했다", "택배로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 박스로 샀다" 등의 후기 글도 공유되고 있다.
현행 여성가족부 전자담배 기기장치류에 대한 고시는 전자담배를 '청소년 유해물건', 액상은 '청소년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만약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나 액상을 판매할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위반횟수마다 과징금 100만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청소년임을 알고 거르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매출에 타격을 입은 전자담배 판매점들도 온라인에 재고를 대규모 유통하면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거래도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엿보인다.
30일 한 인터넷 카페에 전자담배 중고매물을 판매한다는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다. [캡쳐=네이버] |
서울 서대문구의 한 전자담배 판매업주는 "구매자가 청소년인지 아닌지 확인한 후 판매해야 하는 게 맞지만 당장 급한 상황이라 주로 비대면 택배거래를 통해 재고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파격적인 가격으로 재고 물량을 내놓다 보니 청소년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담배 판매업주는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만큼 온라인이든 아니든 무조건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에도 인터넷을 통해 전자담배를 파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너도나도 모두 온라인에 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향후 전자담배 판매점들의 재고 압박이 커지면 법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전자담배 '액상'도 암암리에 거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장은 "정부 조치 이후 전자담배 판매업체의 매출이 70% 가까이 곤두박질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청소년에 대한 전자담배 판매는 불법이고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업계 차원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