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 최대 KTB운용, 14%대 손실...편입종목 일부는 거래정지
하나UBS운용도 거래정지종목 담아...수익률 만회 시간 걸릴 듯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지난해 상반기 정부가 '혁신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며 선보인 코스닥벤처펀드가 좀처럼 수익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 종목들의 잇따른 임상 실패와 한일 무역마찰 장기화 여파로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다. 일부 펀드는 편입종목이 거래정지 상태에 빠졌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투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2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12개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중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펀드가 모두 설정 이후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지난 16일 기준).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라는 '장빗빛 공약'과 달리 수익률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해 모든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 한때 7000억원을 웃돌았던 전체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5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가 지난해 4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및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목표로 내놓은 일종의 정책펀드다. 출시 초기 대거 투자금이 몰렸다. 공모펀드에서도 소프트 클로징(펀드 판매중단) 이후 2호 펀드가 설정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정부가 코스닥벤처펀드에 공모주 우선배정과 소득공제 혜택을 지원하면다. 정부는 벤처기업 투자요건을 갖춘 펀드에 코스닥 신규 공모주 전체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고(개별 펀드 자산총액의 10%까지), 3년 이상 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최대 300만원(투자금액 중 최대 3000만원까지 10% 소득공제)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혜택을 받기 위해선 펀드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공모주 및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사채 포함)에, 35%는 벤처기업 또는 코스닥 중소·중견기업(벤처기업 해제 7년 이내 기업) 신주와 구주에 투자해야 한다. 나머지는 운용사별 전략에 맞게 투자할 수 있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KTB자산운용의 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14.94%다. 2호펀드도 -10.19%다. 1호펀드에선 올해 투자금이 1205억원 빠져나가 규모가 2000억원대로 줄었다.
코스닥 시장 하락과 맞물려 손실을 났다. 일본 반도체 수출제한 우려에 따른 테크 중소형주 하락과 신라젠·헬릭스미스 등의 임상 3상 실패로 인한 바이오 업종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코스닥 지수는 최근 3달 동안 4.15% 내렸다.
펀드가 편입한 척추 임플란트 전문 의료기기 업체 엘앤케이바이오(7·8월 자산운용보고서 기준 1호펀드 편입률 3.94%, 2호펀드 전환우선주(CPS) 포함 8.44%)는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3월 20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서다. 사유는 내부 회계관리제도 2회 연속 비적정이다. 거래소가 내년 3월 3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지만, 이후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 거래가 불가능하다.
KTB운용 다음으로 펀드 규모가 큰 '하나UBS코스닥벤처기업&공모주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8.83%다. 코스닥150선물을 매도해 코스닥 주식 리스크를 관리했지만, 바이오·벤처업체 주가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펀드가 담은 화장품·의료기기 제조업체 케어젠(지난 5월 31일 순자산가치(NAV) 기준 1.1% 보유)은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로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거래소가 내년 4월 9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지만, 개선기간 중에도 거래정지는 풀리지 않는다.
KB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전체 코스닥벤처펀드 중 최하위다. 1호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25.23%, 2호펀드는 -24.94%다.
펀드는 벤처기업과 코스닥 상장 중견·중소기업, 벤처기업 공모주에 투자했다. 삼성전자, 카카오 등 코스피 대형주도 담았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코스닥 지수와 바이오 업종 급락 구간에서 헬스케어 비중이 높은 코스닥 벤처기업 IPO 신주 매도 대응이 어려워지면서다.
운용사들은 종목 발굴과 헤지(위험 회피)전략으로 수익률 회복을 노리고 있다.
KTB운용은 변동성이 큰 코스닥 유통주식 편입비중을 줄이고, IPO 참여를 통해 알파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는 판단에서다. IPO 수요예측에서 적정한 락업(의무보유)기간과 실수요를 신청하고, 적정가격에 도달한 IPO 종목은 수익을 실현할 방침이다.
하나UBS운용은 코스닥150선물지수를 매도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본전략 유지하며 변동성을 관리할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종목 발굴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전기차, 의료기기, 5세대 이동통신(5G), 정유, 모바일 광고 등 올 하반기와 내년 고성장 업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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